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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EU FTA, 유럽기업들의 사회적 책임 강화 압력에도 대비해야

EU정책연구소 원장 Ph.D Lee JongSue 2021. 2. 26. 15:57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은 산업화와 함께 등장했다. 유럽의 경우 산업화 이후 이미 19세기에 노동자들의 소요나 사회적 동요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피고용인에 대한 복지정책이 실시되었다. 사회적 책임은 1930년대 대공황시기를 거치면서 중요한 사회적 이슈로 등장하였다. 본격적인 논의는 20세기에 들어와서 미국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이후 사회적 책임은 1980년대 중반부터 다양한 계층으로부터 그 정당성을 인정받기 시작했다. 1990년대 초부터는 사회적 책임에 대한 관심이 투자기관과 일반인들에게까지 확대되었다.

세계화의 확산은 국가 정부의 사회적 조정 및 통제능력을 약화시켰다. 상대적으로 초국적기업들의 역할은 증대되기 시작하였다. 이에 UN을 비롯한 초국적기구들은 세계화의 부정적인 영향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하였다. 국가 또한 세계화의 부작용으로 인한 사회적 불안의 확산을 막을 필요가 있었다. 한편, 세계화로 인한 부작용의 원인 제공자로 몰린 기업들은 사회적 책임이라는 개념을 수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러한 과정에서 기업 스스로 방어전략 기재로서 사회적 책임을 포함한 기업의 역할을 재조정할 필요가 발생한 것이다. 그 결과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들을 선별해서 이를 지속가능한 성장의 기준으로 삼았다. 이후 자본시장에서 사회책임투자 펀드가 활성화되면서 기업들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관심을 제고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사회적 책임 중 사회적 책임투자운동(SRI: Socially Responsible Investment)1970년대 소규모 기관투자가들에 의해서 시작되었다. 사회적 책임투자는 개인의 가치관과 사회적 염려를 투자 결정과 통합시키는 것이라고 정의 내릴 수 있다. 이는 투자 결정이 경제적 이익의 잠재력에 의해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고, 현재와 미래의 사회복지를 위한 다양한 개인적·사회적 관심과 이를 추구하는 데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담배, , 무기를 생산하는 기업에 자본을 투자하는 것에 반대하는 것에서 시작하였다. 그러다 1970년대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인종차별문제가 심각해지자 남아프리카 투자 반대운동으로 확산되었다. 인종차별문제는 공공연금들로 하여금 사회적 책임투자운동에 관심을 갖는 계기를 만들었다. 이후, 엑손사의 유조선인 엑손발데즈(Exxon Valdez)19893241천백만 갤론의 원유를 알래스카 프린스 윌리암 만(Prince William Sound)에 흘렸던 석유 유출사건으로 25만 마리 가량의 바다새와 동물들이 죽는 사태가 발생하였다. 이로 인한 오존파괴 문제가 터지면서 환경문제도 사회적 책임투자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사회적 책임투자에 대한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신자유주의자들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주주들의 이익으로 정부가 생색을 내려는 것이고 사회적 책임 운동은 자유기업원리를 침해한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대응하여 시민사회의 사회적 책임 운동이 1990년 이후 활성화되기 시작하였다. 사회적 책임 운동의 중심에는 노동권 존중운동(Code of Conduct)이 있었다. 이 운동은 하청사에 대한 노동기준 책임을 원청기업이 관리해 가는 것이 주요 특징이라 할 수 있다. 나이키사(NIKE, Inc.)의 경우가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는 하청국가에서 싼 임금을 지급하면서 고가의 제품을 판매해 오던 부도덕성이 공개되어 기업의 브랜드 가치 하락을 가져온 사례이다. 이러한 사건의 배경에는 이전에는 문제시 되지 않던 기업행태의 상당 부분들이 지금은 투자여부를 결정하는 시장 행위자들에 의해 견제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기업들이 사회적 책임을 수용하게 되면서 비즈니스 과정 속에서 다양한 사회적 책임 기준이 나타나게 되었다. 첫 번째는 공정한 가격지불, 뇌물수수금지, 원자재나 부품 공급업체에 대한 공정한 대우, 이를 통한 하청기업들에 대한 사회적 책임 이행 유도 등 원자재 구입과 관련한 사회적 책임. 두 번째는 공정한 임금, 노동자의 복지, 인권존중, 인종차별 금지, 성적 차별 없는 고용 원칙 준수, 작업장의 안전과 환경 향상, 지역 법률과 관습 존중, 환경오염물질 유출 통제 등 생산과 관련된 사회적 책임 준수, 세 번째는 투명경영 및 정보 공개 등 기업경영 관련 개선 요구, 네 번째는 가격담합금지 등 경쟁과 관련한 사회적 책임, 다섯 번째는 사회에 대한 외부효과를 최소화하는 운송방법 선택 등 판매 및 운송관련 사회적 책임, 여섯 번째는 기부금, 지역봉사활동 등 기업 마케팅과 관련된 사회적 책임 등이 등장하였다.

기업은 크게 정부, 소비자, 투자자, 노동자로 구분되는 네 가지 사회 행위자 그룹과 상호의존관계에 있다. 각 그룹의 사회 행위자들은 기업이 생존에 필요한 중요한 자원을 통제한다. 정부는 기업이 사업을 할 수 있는 면허를 통제하고 사업과 거래를 규제하는 법률을 제정한다. 소비자는 기업이 생산하는 상품과 서비스의 수요를 통제한다고 볼 수 있다. 투자가들은 기업이 경쟁력을 키우는 데 필요한 자본의 공급과 법률에 따라 기업의 지배구조도 부분적으로 통제한다. 기업은 생존에 필요한 중요한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서 반드시 이들 이해관계자들과의 관계를 효과적으로 유지해야만 한다.

이처럼 기업의 행태가 변하고 이를 기업들 수용하게 된 원인은 다양한 시민운동 단체와 국제기구의 압력이 작용하였기 때문이다. 유럽연합이 유럽연합과의 FTA를 비롯한 시장의 완전개방이라는 압력에 맞서고 역내기업들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책임이라는 목적 하에 역외 기업에게 필요한 자원을 부분적으로 통제해야만 한다. 따라서 정부는 유럽연합의 사회적 책임논의의 확대적용이 비관세장벽으로의 발전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반드시 검증을 해야만 할 것이다.

출처: 한-EU FTA 노동 분쟁, 사실상 종료…정부, 압박에 유감 표명 - 중앙일보 (join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