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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EU의 대러 제재: 국제통상 및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요약문) 2022.5.27.

EU정책연구소 원장 Ph.D Lee JongSue 2022. 6. 11. 17:59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미국과 EU가 주도하는 러시아에 대한 제재와 그 외 국가들의 제재가 같지 않은 탈동조화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국제사회에서 러시아의 위치와 정치, 경제, 군사적 영향력을 고려할 때, 대러시아 제재는 러시아 경제, 특히 무역과 금융거래를 포함하는 경제제재와 이와 연관된 군사력을 제한하는데 집중하는 선별적 제재에 머무를 가능성이 크다. 사태의 장기화는 유럽이 유지하고 있는 대러시아 제재에 대한 단일 대오를 무너뜨리고 강력한 제재 부과 시도를 무산시킬 수도 있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대러시아 제재의 장기화는 2014년부터 푸틴이 유럽에 구축한 친러 인사들이 러시아 고립정책에 대한 비난을 시작할 것이고 러시아산 물품의 대유럽 수입금지로 인해 피해를 입고 있는 나라들이 앞장서서 대러 제재 해체를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출처: Moldashev and Gulan Hassan, “The Eurasian Union: actor in the making?,” Journal of International Relations and Development, 2015. p. 8.

 

러시아는 기존 탄전의 생산량 감소로 인한 신규탄전의 개발을 시도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특히 셰일가스, 석유개발과 북극 자원 개발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그러나 서방의 경제제재로 인해 서구 메이저 기업과 셰일가스, 석유개발, 심해 개발 기술과 장비협력을 추진하던 러시아는 큰 장벽에 부딪히게 되었다. 따라서 러시아는 이 부분에서 중국과의 협력을 증대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러나 이는 미국과 유럽이 바라는 바가 아니다. 이 같은 상황이 유럽과 미국으로 하여금 대러시아 선별적 제재에 머물게 하는 주요 원인이라 할 수 있다.

 

현재 미국, EU 등 다수의 국가들이 러시아 또는 관련 개인, 단체, 금융기관의 자산을 동결하는 금융제재와 더불어 러시아산 상품의 수입금지나 전략물자 수출통제를 통해서 러시아 군비 확충 통로를 차단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미국, EU, 영국, 캐나다, 일본 등은 수출통제의 확대, 최혜국대우(MFN) 박탈, SWIFT 배제, 러시아 중앙은행 외환보유고 동결 등을 강행했다. 그 결과 루블화의 가치하락, 경기침체가 발생하는 등 러시아 경제가 흔들리고 있다. 중립국 스위스, 스웨덴, 핀란드도 EU의 제재에 전향적으로 동참했다. 특히 러시아 접경국 핀란드와 스웨덴에선 NATO 가입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유럽의 러시아 에너지 의존도

출처: Reuters

 

한편, 중국은 이번 제재에 매우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UN긴급특별총회에서 표결이 이뤄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규탄 및 철군 요구 결의안과 UN인권이사회 이사국 자격 정지 결의안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다. 중국 정부는 찬성 141개국, 반대 5개국, 기권 35개국으로 가결된 첫 번째 결의안(침략규탄·철군요구) 표결시 기권했다. 또 찬성 93, 반대 24, 기권 58로 통과한 두 번째 결의안(인권이사국 자격정지) 표결 때는 반대했다. 그럼에도 경제제재에는 일관되게 반대를 표명했다. 중국의 대러시아 수출 비중은 2020년 기준 15%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국과 러시아 간 무역거래액은 2021년 기준 1,460억 달러(180조 원)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러시아산 원유를 가장 많이 사들이는 나라는 중국이며, 대러시아 수출 비중도 늘고 있다. 이는 중국과 러시아가 이념과 진영을 넘어 상당히 깊숙한 상호의존적 관계라는 것이다.

지난 12개월 동안의 미국 LNG 수입 순위
미국 LNG 수입 순위 12개국

출처: DOE LNG Monthly (data through Jan. 2022)

 

인도도 중국을 견제하는 안보협의체인 쿼드(Quad, 미국·인도·호주·일본)에 속해 있음에도 상당히 조심스러운 접근을 하고 있다. 첫 번째 결의안(침공규탄, 철군요구)과 두 번째 결의안(인권이사국 자격정지) 표결에 모두 기권했다. 겉으로는 중국 견제에 나서 미국 지향적 외교노선을 전개할 것처럼 보이나 그렇지가 않았다. 인도는 군사 부문에서 러시아에 상당히 의존적이다. 인도는 60% 이상을 러시아산 무기에 의존하고 있다. 또한 인도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진행 중임에도 러시아산 원유를 500만 배럴 수입했다. 2021년 인도가 러시아로부터 수입한 원유는 1,600만 배럴이라는 점에서 이는 상당한 규모이다.

아프리카 국가 다수는 우크라이나 사태에 침묵을 이어 가고 있다. 인권이사국 자격정지 결의안에 반대표를 던진 24개 국가 중 9개국이 아프리카 국가였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을 포함한 28개국은 투표에 참여했지만 기권했고 11개국은 표결에 참여조차 안 했다. 아프리카 대륙의 많은 나라는 여전히 러시아의 지지를 받은 정당들에 의해 통치되고 있다. 역사적·정치적 이유뿐 아니라 경제적 이해관계가 작용해 러시아 편에 선 아프리카 국가도 있다. 수단은 202112월 홍해에 면한 포트수단(Port Sudan)에 러시아 해군의 기술 지원기지를 건설하기로 했다. 수단 외국무역의 85%가 이 항구를 거친다. 러시아는 이외에도 아프리카 나라들에 광업, 농업, 원자력, 군수품 등으로 영향력을 확대했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에 따르면 20112015년 러시아는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나라에서 무기 공급의 1/4, 20162020년에는 1/3분 정도를 책임졌다.

EU의 대러시아 교역량(2011~2021)

출처: Eurostat

 

영국도 미국. EU 등과 함께 강력한 대러시아 제재안을 마련했다. 영국이 이러한 강력한 제재안을 내놓은 데는 첫째, 브렉시트 이후 국제사회에 존재감을 발휘할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둘째, 최근 여론 조사에서 노동당 지지율이 39%로 보수당의 34%로 높게 나왔다. 존슨 총리로선 국내정치의 관심을 국외로 돌릴 기회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셋째, 산유국이기도 한 영국은 가스 물량 중 러시아산 비중이 3%에 그치는 등 러시아산 가스 의존도가 상당히 낮다. 넷째, 영국에서 러시아 간첩 독살사건 이후 러시아와의 관계가 소원해진 것 등이 그 원인이라 할 수 있다.

 

2022년 REPowerEU 목표

출처: ING Research, European Commission

 

한편, 영국은 강력한 대러시아 제재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석유 190만 배럴을 은밀히 수입했다. 영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224일 이후 총 8척으로 러시아 원유 190만 배럴, 27,600만 달러(34914000만원) 상당을 수입했다. 러시아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EU은 석탄 수입은 금지했지만 석유는 여전히 중단을 검토 중이다. EU는 높은 의존도를 갖고 있는 러시아산 석유 및 천연가스의 수입도 단계적으로 감축하면서 러시아로부터 에너지 탈동조화를 추진하고 있다. 영국은 수입 후 EU 등에 되팔아도 에너지 가격이 올랐기 때문에 상당한 이익을 볼 수 있다. 영국이 비난받는 이유는 러시아산 석유를 사들이는 동안에도 우크라이나에 대해 확고한 지지를 약속했기 때문이다.

 

영국의 대 러시아 및 대 우크라이나 수출입 통계

구분 연도 수출 점유율 수입 점유율
대러시아 2019 3,375,962 0.7 14,123,854 3.6
2020 2,758,999 0.7 24,501,768 3.9
2021 3,818,001 0.8 24,819,124 2.0
대우크라이나 2019 658,087 0.1 756,605 0.1
2020 515,015 0.1 698,846

0.1
2021 834,835 0.2 1,116,232 0.2

출처: ITC Trade Map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서방 주요국들은 러시아의 금융자산 동결 및 실물 거래 제한을 추진 중이며 실물 분야에서는 군사, 에너지, 사치품 수출 금지, 최혜국 대우 철회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대응하여 러시아는 대내외적 조치, 특히 수출규제를 추진하고 있다. 수출규제는 외국산에서 자국산으로 확장되고 있는 양상이다. 러시아 자국산품 수출규제의 영향은 제한적이나 원자재 분야로의 확장 가능성에는 유의할 필요가 있다. 러시아의 자국산 제품 수출규제는 목재품 일부, 설탕, 곡물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세계 경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원자재 분야는 적용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수출규모가 큰 곡물은 이집트 등 일부 개도국에 그 영향이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의 대러시아 수입특화 품목 비중은 낮은 편이다. 그럼에도 수출의 40%를 차지하는 자동차산업은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에너지 외 주요 러시아 수입특화 품목은 대부분 목재 등 천연자원이나 어패류 등으로 공급망의 중추를 위협하지는 않으리라고 예상되나, 토석류 등 일부 품목의 경우 한국에 간접적 파급효과 발생이 예상된다.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과 국내경제

출처: Trading economics

유가 및 국내 소비자 물가

출처:통계청

 

향후 에너지 확보를 위한 국가간 경쟁이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자원보유국을 중심으로 신자원민족주의가 대두될 전망이다.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의 패러다임은 경제 중심에서 안보 중심으로 변화할 것이다. EU는 역내 에너지 안보 강화를 위해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를 획기적으로 낮추기 위한 장단기 계획 발표했다. EU는 에너지 자급 제고를 위해 회원국들의 청정에너지 투자는 더욱 활성화 될 것이다. 또한 미국, 아프리카 등으로의 에너지 수입 전환이 일어날 것이다. 개도국의 도시화·산업화로 2040년까지 석유소비는 늘어날 것이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만약 에너지 공급망 교란이 일어날 경우 국내경제 영향을 최소화하고 국내 에너지 시스템의 회복력 제고를 위해 산유국 석유개발을 통해 원유지분 확보 등을 포함한 중단기 계획을 시급하게 마련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