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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균형 발전을 위한 英 지방자치 혁신 (세계일보) 2023-12-11

EU정책연구소 원장 Ph.D Lee JongSue 2023. 12. 13. 09:22

지금 정치권에선 ‘메가시티’가 지방 문제 해결책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지역 균형 발전은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국가 과제이며, 서울과 수도권, 지방을 놓고 국가 미래에 관한 종합적인 검토와 설계가 이뤄져야 할 때다. 특히 앞서 지방자치 혁신을 일군 다른 나라의 사례들을 참고해야 할 것이다.

 

 영국은 지방자치의 역사가 오래된 국가 중 하나이다. 19세기부터 지방자치제가 도입되었으며, 1974년에는 6개 광역의회를 설립하여 지방 정부의 권한을 강화했다. 그러나 1986년 마거릿 대처 총리의 지방 분권 축소 정책에 따라 광역의회는 폐지됐다. 광역의회의 폐지는 영국 지방 정부의 구조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각 대도시권은 중앙정부의 감독을 받는 지방자치구로 재편됐고, 그 결과 광역적인 정책의 일관성이 떨어졌다. 예를 들어 교통 정책은 각 지방자치구에서 개별적으로 추진됐기 때문에 지역 간 불균형이 심화됐다.

이종서 EU정책연구소 원장

 2004년 영국 정부는 지역균형발전 정책의 일환으로 노던 웨이(Northern Way)를 추진했다. 이 전략은 영국 북부지역이 런던 등 남부지역에 비해 경제적으로 뒤처져 있다고 판단하여, 지역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노던웨이는 지역 이해관계자들과의 협의가 거의 없는 하향식 접근이었기 때문에 큰 관심을 끌지 못했다.

 

 이에 잉글랜드 북부 도시들은 자발적으로 협업을 시작했다. 이에 2006년 잉글랜드 북부 8개 도시가 공동으로 ‘노던 리전스 파트너십(Northern Regions Partnership)’을 설립했다. 이 협의체는 노던웨이의 한계를 보완하고, 지역의 자발적인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설립됐다. 노던 리전스 파트너십은 교통 인프라 확충, 산업 육성, 교육 및 인재 양성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2011년에는 맨체스터시 지역의 10개 지방자치구가 참여한 맨체스터 연합 기구가 설립됐다. 맨체스터 연합 기구는 영국 맨체스터 지역의 여러 지자체들 간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맨체스터의 도시 간 협력의 성공은 자연스럽게 다른 지역으로 확산됐다.

 

 그 결과 중앙정부는 2014년 영국의 지방 정부 형태 중 하나로 1968년 런던을 중심으로 자발적으로 설립되었던 지역연합을 부활시켰다. 지역연합은 자금조달과 지출, 교통전략 수립, 계획 및 주거에 대한 의사결정 등의 권한을 가진 지방당국 간의 자발적 협력체이다. 이 기구는 인구가 100만명 이상인 도시권을 중심으로 설립되며, 해당 도시권을 구성하는 지방 자치구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운영한다. 같은 해 정부, 지방 정부, 기업, 교육 기관, 시민사회 등 다양한 주체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지역 경제 발전 전략을 수립하는 지역경제파트너십(LEPs)도 도입됐다.

 

 지역연합과 지역경제파트너십의 특징은 자발적이라는 데 있다. 이들은 각각의 특성에 따라 서로 협력하고 상호 보완하며 지역 경제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지역연합은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한 성공적인 모델로 평가받고 있으며, 앞으로도 영국 지방정부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는 영국의 사례를 통해 하향적 메가시티 정책뿐 아니라 상향식의 지역연합과 지역경제파트너십 등 지방자치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출처: England Local Government Map - Local government in England - Wikip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