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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남북정상회담, 신기능주의적 통합의 시작

EU정책연구소 원장 Ph.D Lee JongSue 2021. 2. 27. 10:56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27일 분단의 상징인 판문점에서 남북 정상회담을 가졌다. 두 정상은 한반도 비핵화 목표를 확인함과 동시에 금년 내로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시킬 것에 합의하였다. 특히 남과 북은 군사적 긴장을 해소하고 서로의 군사적 신뢰를 바탕으로 단계적 군축을 실현하기로 하였다. 아울러 두 정상은 올 해 가을 평양남북정상회담 개최를 결정하고 경의선과 경인선 연결에도 합의하였다. 무엇보다 주목을 끈 것은 남북 정상회담 정례화 조치와 개성에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설치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이는 작은 분야에서의 협력이 자동적으로 다른 분야의 협력을 가속시킬 것이라는 파급효과를 강조한 기능주의적 통합의 실패를 보완한 신기능주의적 통합이 시작되었음을 의미한다.

 

국가주권이라는 민감한 문제를 건드리지 않고 기능적이고 비정치적인 분야부터 협력함으로써 점차적으로 정치적 통합에 이르는 방식이 기능주의이다. 그러나 남북경협의 상징인 개성공단 폐쇄조치에서 알 수 있듯이 비정치적인 분야에서의 협력이 정치적인 분야로의 협력을 촉진시킬 것이라는 주장은 실패로 끝났다. 이에 문재인 정부는 정상회담 정례화 및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설치함으로써 소통의 제도화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 제도를 통한 문제해결과 이를 통해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하겠다는 것이다.

 

기능주의와 신기능주의적 접근 방식은 공통적으로 국가간 자원의 공유를 인정하고 이를 위한 주권의 일부를 초국적 제도에 양도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만약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초국적 제도의 역할을 할 수만 있다면 남북한 국가 이익이 어느 정도 상충하더라도 어렵게 만들어진 제도를 파기하기 보다는 보완 및 상호간 이해를 통해 협력을 증진시킬 수 있을 것이다. 유럽연합도 이와 같은 과정을 통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자유주의 이론의 약점인 이상주의적 성격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1950년대 유럽석탄철강공동체(ECSC)를 시작으로 한 유럽통합도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유럽경제공동체의 초국가적 기능을 강화하려고 한 프랑스 드골 대통령은 1965년 공동농업정책의 예산상의 문제를 이유로 들어 각료이사회에서 자국의 대표단을 철수시키는 이른바 공석위기(Empty chair crisis)로 기능주의적 통합이 상당기간 추진 동력을 잃은 때도 있었다. 그 후 제도와 정부 역할의 중요성을 부각시킨 신기능주의가 등장할 때까지 유럽의 통합도 침체기를 겪었다.

 

기능주의와 신기능주의의 차이점은 첫째, 기능주의가 파급효과를 무의식적이고 자동적인 것으로 보는 데 반해, 신기능주의는 파급을 학습에 의한 자동적 현상이 아닌 정치적 의지를 필요로 한다고 본다. 둘째, 기능주의가 강조한 기술자와 전문가의 역할 못지않게 신기능주의는 정부의 역할을 강조한다. , 비정부 행위자와 초국가적 행위자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권한은 여전히 국가가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셋째, 정치와 경제를 분리시킬 수 없음을 강조한다. , 정치적 문제를 비정치적인 방법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정치지도자의 영향력이라는 변수를 반드시 포함시켜야만 한다는 것이다. 섣부른 기대일수도 있다. 하지만 지난달 열린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유럽연합이 60년 동안 통합을 위해 추진했던 5단계 ()기능주의 정책인 자유무역지대, 관세동맹, 단일시장, 경제동맹, 완전한 정치통합이 조속히 한반도에서 실현될 수 있도록 민관 모두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