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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 유럽연합(EU)의 선택

EU정책연구소 원장 Ph.D Lee JongSue 2021. 2. 28. 09:06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으로 세계 통상환경이 변화하고 있다. 저임금을 활용한 효율적 생산이 주된 목적이었던 글로벌 공급망(Global Supply Chain)에 따른 분업구조는 최근 기술 확보와 혁신 시장 접근성을 더 중요한 가치로 두게 되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는 안정성과 위험의 분산을 고려하게 만듦으로써 기존 글로벌 공급망이 급격히 붕괴하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의 분업구조가 약화되는 또 다른 이유는 선진국과 개도국간의 제조업 품질격차 축소를 들 수 있다. 글로벌 공급망 분업구조에서 소재, 부품, 장비, 연구개발 같은 고부가가치 영역은 주로 선진국이 담당해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선진국은 고품질, 고부가치, 중간재, 개도국은 저품질 저부가가치, 조립재라는 고정관념이 깨지는 현상이 자주 목격되고 있다.

 

한편, 유럽연합(EU)은 기업의 과도한 아웃소싱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의존 심화가 회원국 제조업의 경쟁력 약화를 초래한 것으로 분석하고 EU 차원의 본격적 리쇼어링(Reshoring) 확대와 자국 중심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을 추진하고 있다. 하나의 예로 프랑스는 최근 10조원 규모의 리쇼어링 대책을 발표했다. 자동차업계에 대해 자국으로의 리쇼어링을 조건으로 80억 유로 규모를 지원키로 했다. 이에 르노 자동차는 국가보조금을 지원받기 위해 전기차 생산을 당초 아시아에서 노르망디로 변경했다. 이처럼 유럽의 기업들은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자 리쇼어링 또는 니어쇼어링(Nearshoring), 공급망 다각화를 시도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의 분업구조가 깨진다는 것은 곧 새로운 기회와 고객이 생긴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일례로 2019년 한일 무역전쟁이 벌어지자 전 산업의 역량과 관심이 소재·부품·장비영역의 자체 수급 강화와 다변화에 집중됐다. 우리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미중 경제 패권전쟁의 심화가 선택의 자율성을 높일 수 있는 기회일 수도 있다. , 미국과 중국이 미래 먹거리를 놓고 무역전쟁을 벌이는 와중에 EU를 자기편을 만들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EU는 선택하는 입장에서 선택받는 입장으로 변환되었기 때문에 한국과의 협력가능성이 오히려 높아진 측면이 있다. 주세프 보렐 EU외교담당 집행위원도 지난 14일 공식 누리집에 더 거칠어진 바다에서 유럽의 이익과 가치를 나침반 삼아야 한다는 글을 올린바 있다. 따라서 한국 기업들에 있어서는 코로나19가 유럽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의 장이 될 수도 있다.

 

유럽은 제조업의 강제 디지털화가 진행 중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제조업 비중이 21.6%에 달하는 독일을 비롯한 EU 회원국들은 제조업이 그나마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추락을 막고 있다고 보고 제조업 현장에서 발생하는 '기술혁신'을 통한 경제성장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 결과 B2B 부분에서는 5G 이동통신 서비스 상용화, AI 및 빅데이터를 활용한 디지털 전환 등 정부주도 4차 산업 지원정책이 늘어날 것이다. 최근 브뤼노 르메르(Bruno Le Maire) 프랑스 재정경제부 장관은 EU 차원의 주권독립공급을 보장하기 위해 가치 사슬에 대한 접근 방식을 재고 해줄 것을 요구했다. 독일도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과다경쟁으로 인한 공급과잉과 이윤율 저하를 막기 위해 기업의 아웃소싱 접근 방식과 규제의 필요성을 집행위원회와 논의했다.

 

과거에는 기업이 자산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아웃소싱을 함으로써 비용을 최소화하고 재고를 줄이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는 생산 위치에 대한 결정을 경제적 요소에만 초점을 두는 것은 너무 단순한 결정일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기업이 생산시설 이전과 관련한 위치선택도 기업 평가에 적극 반영 될 것이다. 또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 이행부문에 리쇼어링이 강조될 것이다. 이처럼 국가의 역할이 확대됨에 따라 EU 기업들에게 필요한 자원을 EU와 회원국가 차원에서 부분적으로 통제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에 우리정부는 코로나19 사태 이전과 이후의 EU 규정(Regulation)을 면밀히 비교 분석해야만 할 것이다.

 

출처: European Commiss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