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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미래기금, EU정책 패러다임 변화의 신호탄

EU정책연구소 원장 Ph.D Lee JongSue 2021. 2. 28. 09:12

최근 유럽연합(EU)1000억유로(134조원)로 장기 예산안을 통해 유럽미래기금조성할 것이라는 계획을 발표하였다. EU2021년부터 2017년 장기 예산을 편성하고 있다. 초안은 111일 취임하는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Ursula von der Leyen) 차기 EU 집행위원장의 검토를 받게 된다. EU는 조성된 기금을 통해 핵심 산업군 내 EU 소속 기업의 지분을 사들일 방침이다. 유럽미래기금이라는 EU의 기술투자기금은 EU가 기업에 보상책을 제공하던 것에서 직접 시장에 개입하는 쪽으로 정책을 변경할 것이라는 신호이다. 즉 신자유주의에서 규제자본주의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시작된 것이다.

 

과거에도 EU는 유럽단일시장을 목표로 미국과 일본의 다국적기업에 맞서는 유럽 챔피언이 될 만한 기업을 육성한다는 목표 하에 1980년대 중반부터 역내 산업에 중복조정정책을 편 적이 있다. 그 결과 역내 기업들은 효율성 및 이익 증대를 목표로 기업간 인수합병을 활발히 진행시킴으로써 동일업종 내 기업수를 줄이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구조조정에 바탕을 둔 유럽연합의 경쟁정책은 통상정책으로 인해 주춤할 수밖에 없었는데, 가장 큰 문제가 무역규제에 따른 다국적기업들의 역내진입이었다. 1980년대 초반 이후 공동체의 빈번한 무역구제수단의 적용으로 인하여, 이를 피하고자 일본기업들이 역내로 대거 진출하기 시작했다. 1980년대 후반에는 한국 및 대만기업들이 역내로 진입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EU의 기업들의 수는 줄어들고 경쟁자인 역외기업들의 수가 상대적으로 늘어나게 되었던 것이다.

 

이와 같은 역외기업들의 역내유입에는 낙후지역 개발에 초점을 둔 유럽연합의 지역정책도 한몫을 담당하였다. 낙후지역들의 발전을 돕기 위한 EU의 지역정책은 그 수단인 막대한 구조기금(Structural Fund)을 경쟁정책으로 인한 구조조정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에 분배하였다. 그 결과 관련 중앙 및 지방정부들은 여타 다른 경제정책간 긴장과 갈등 및 다국적기업의 기술적경영전략적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구조기금 쟁취전쟁에 매몰되었고, 이 전쟁의 성과물인 구조기금은 고스란히 다국적기업들에게 제공되었다.

 

이러한 인식 하에 EU3차례에 걸쳐 지역정책의 수단인 구조기금 개혁을 단행하면서 기금들의 통합과 효율성 증대를 위한 노력을 지속해왔다. 그러나 구조기금의 개혁에도 불구하고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유럽연합내 중심국가와 주변국가의 지역격차는 실업률, GDP 등에서 현 상태를 유지하거나 오히려 확대되었다. 이는 첨단산업이 우선적으로 특정지역에 집중되는 것에 근본적인 원인이 있었다. 세부요인으로는 지역기금이 낙후지역의 발전을 촉진시키기에는 충분치 못했다는 것과 지역기금의 상당액이 상대적 부국으로도 흘러 들어간 것을 들 수 있다.

 

EU의 유럽미래기금 조성 계획은 미국의 GAFA(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과 중국의 BAT(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의 경쟁기업 인수·합병에 큰 자극을 받은 것에서 비롯되었다.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 집권 이후 자국 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견제장치를 늘리고 있다. 중국 또한 정부의 보조금 지급과 같은 적극적 지원 아래 경쟁력 측면에서 유럽 기업을 앞지르고 있다. 1980년대 후반 세계화라는 물결과 함께 정책결정과정에서의 사적행위자의 기반확보는 EU 정책을 결정하는 행위자들 사이에서 규제자본주의에 대한 선호가 신자유주의 경향으로 바뀌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이제 다시 규제자본주의로 회귀하는 EU를 본다. 과거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EU는 경쟁정책, 통상정책, 지역정책간 상충작용을 최소화 할 계획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EU의 정책패러다임 변화에 대비하여 우리정부의 세밀한 분석과 준비가 요구된다.

출처: www.consilium.europa.eu/en/eu-budget-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