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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대EU전략 변화가 필요한 시점

EU정책연구소 원장 Ph.D Lee JongSue 2021. 2. 28. 09:11

유럽연합(EU)은 정치, 경제, 문화의 유럽화(Europeanization)’를 통해 하나의 유럽을 추구하여 왔다. 정책영역 또한 기존에 국가에서 담당하던 복지, 이민 등과 같은 주제의 정책들을 EU 차원으로 상당부분 이전하였다. 그러나 최근 EU는 통합의 속도를 조절하고 국가별 정책의 자율성을 확대하는 방안인 긴밀한 연합에서 느슨한 연합으로 변화하고 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는 여러 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우선 경제적 측면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영국이 금융 중심의 경제에서 고부가가치 제조업으로의 변환을 목표로 EU 탈퇴를 공식화하기에 이르렀다. 브렉시트(Brexit)를 시작으로 이탈리아도 이탈렉시트(Italexit)로 유럽통합을 위협하고 있다. 또한 EU는 영국의 탈퇴로 인한 재정기여금 감소와 스페인, 이탈리아 은행들이 갚아야 하는 상당한 규모의 채권 만기 등으로 인해 재정긴축을 해야만 한다. 한편, 지난달 25일 유럽중앙은행(ECB)은 당분간 기준 금리를 0%대로 유지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하였다. 이는 역내투자 감소로 이어져서 유로존 경기 회복의 속도가 늦춰질 가능성이 있다.

 

정치적 측면에서는 정권을 교체할 정도는 아니지만 유럽화를 반대하는 극우세력의 확산이 지속되고 있다. 극우세력은 민족 정체성을 강조하면서 유럽화에 저항하고 있다. 유럽통합을 지지하는 정당과 극우정당은 서로를 바라보는 인식 또한 다르다. EU가 극우를 유럽을 파괴로 몰고 갈 악마로 규정한 반면, 극우정당들은 EU민족의 혼을 빼앗아가고 있다고 비난해왔다. 두 경향에 대한 인식 또한 상이하다. 통합 지지자들은 유럽통합의 진행으로 공존과 평화의 가능성이 훨씬 증대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반면, 극우세력의 등장과 영향력 확대는 배타적인 삶과 유럽의 이질성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EU이 확대와 심화를 추구하면 할수록 극우는 더욱 더 성장할 기회를 얻었고 그에 따른 저항의 강도를 높여왔다. 극우정당의 영향력 확대는 유럽통합의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나타나는 괴리 때문이다. EU더욱 긴밀한 연합을 추구하면 할수록 극우정당들의 활동 공간은 그만큼 확대되었다. 그 결과 2000년부터 2017년까지 18년간 유럽 통합에 도전하는 정당은 33곳에서 63곳으로, 집권하거나 연합정부에 참여한 정당은 7곳에서 14곳으로 두 배 급증했다.

 

구조적 측면에서 EU는 회원국가의 고유한 권한과 시장 간의 갈등이 초국적 차원에서 조정 가능한 체제를 갖고 있다. 그러나 유로존 금융위기와 브렉시트로 초국적 차원의 정책결정에 대한 불만이 쌓이고 있다. 그 결과 회원국 정부 및 하위정부의 권한이 확대되는 등 EU 정치의 특징인 국내정책을 초국가로 전이하여 다수준의 정부간, 하위정부(지방정부, 도시)간 수평적 연합을 통해 공동 해결하는 다층적 거버넌스 체제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EU는 상품, 서비스, 자본이동의 자유화를 실현하는 수단으로 내부장벽을 제거하는 동시에 지역적 분열 혹은 실업과 같은 공통의 문제들을 제거하는 방법으로 지역정책을 비롯한 공동정책들을 개발해왔다. 이를 위해 탈규제조치, 표준화 및 수량제한 철폐 등 초국가에서 국민국가로 직접적인 규제조치가 이루어졌다. 또한 회원국마다 상이한 세율, 노동시장의 규정, 복지, 낙후지역 개발 등 자유경쟁을 억제하는 사회안전망의 수준을 조정하는 것들은 주로 초국가기구와 정부간 협상에 의해 이루어졌다. 이와 같은 EU 정책결정 행위자의 권한과 과정은 최근 역내에서 일어난 여러 사건들로 인해 변화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이에 따라 EU긴밀한 연합에서 느슨한 연합으로 변화할 수밖에 없다. 진단에 따라 그 처방책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이에 우리정부는 EU의 거시적 정책변화를 세밀히 분석하고 정부 각 부처의 협의 하에 공통의 대비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출처: www.bbc.com/news/world-europe-36130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