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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ILO ‘핵심협약 비준’ 약속 지켜야 하는 이유(경향신문)

EU정책연구소 원장 Ph.D Lee JongSue 2021. 2. 28. 09:10

유럽연합은 한-EU 자유무역협정의 무역과 지속가능발전 장ILO 핵심 협약 비준을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한다는 조항을 들어 정부간 협의를 요청해왔다. 한국과 유럽연합은 한-EU 자유무역협정 체결 시 ILO 핵심협약 비준 약속했다. 우선 정부간 회의가 진행되고 여기서 결론이 나지 ㅇ낳으면 ㅈ무역과 지속발전 가능위원회를 소집해 논의한다. 90일간의 회의에서도 결론이 나지 않으면 유럽연합과 한국, 그리고 제3국 전문가 6명의 패널이 구성되어 사안 검토 후 권고를 담은 보고서를 발간하게 된다. 고용노동부는 보고서가 특혜관세나 금전적 배상과 같은 무역제재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들어 강제성이 없음을 주장한다. 물론 통상문제로 비화될 가능성은 없다. 다만 정부는 유럽연합이 이를 비관세장벽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특히 한-EU 자유무역협정 이후에도 우리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유럽연합의 공공조달 부문은 유럽연합 GDP의 약 14%를 차지한다. 공공조달의 주체인 관청은 유럽연합에 25만개가 있다. 이들의 조달국은 현재 다양한 공급업체와 하청 협약을 체결하고 있으며, 공급업체 등록 과정에는 환경적(eco-friendly), 윤리적(ethical), 사회적(social) 측면이 우선적으로 고려된다. 윤리적, 사회적 기준은 확연히 눈이 띠거나 구입한 상품의 성격을 반영하지는 않지만 공급형태를 바꿀 수도 있는 상당히 중요한 이슈이다.

 

예를 들어 본, 뮌헨, 오슬로 시는 선도적으로 아동들의 노동에 의해 생산된 제품 구매에 반대(clauses against child labour)하는 결정을 채택했다. 14세 이하 아동의 노동 금지를 규정한 ILO협약 138조에 따라 계약자들은 그들의 공급망을 관리할 책임이 있다. 계약자들은 서비스를 포함한 공공사업에 필요한 상품들이 아동들의 노동 착취에 의해서 만들어지지 않은 상품임을 입증할 자료가 요구된다. 따라서 이들 시와 공급계약을 체결한 계약자들은 현재 상품이 어린이들의 노동력을 이용함으로써 제조된 상품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거나 제품의 생산자를 반드시 명기해야만 한다. 이러한 조항은 공급계약에 삽입될 뿐만 아니라 계약자의 하청 구매계약서에도 명시해야만 한다.

 

스톡홀름 시는 2002년 이래로 공공사업에 있어서 동등한 기회제공의 원칙을 모든 사업영역으로 확대 적용하고 있다. 그 결과 2005년에는 비차별법 조항이 10억 유로를 넘는 서비스 사업, 관급공사로까지 확대되었다. 스톡홀름 시는 비차별법 조항의 확대해석으로 계약기간동안 언제라도 계약자가 그들의 법률적 의무사항을 준수여부를 확인할 권리를 갖는다. 특히 스톡홀름 시는 기업들에게 계약의 기본조항에 업무수행조건으로 성, 종교, 인종, 성적 선호, 기능적 장애, 민족적 차별을 금지할 것을 요청한다. 기업이 이러한 요구를 준수하지 못할 경우 도시 관청은 계약을 파기할 권리를 갖는다.

 

시당국을 필두로 하여 유럽의 대도시들과 계약을 맺는 기업은 사회적 조건들을 적시한 계약서를 제출해야만 하는 것으로 계약조건이 바뀌고 있다. 계약서에는 적정한 임금 지불 약속, 연금과 유급휴가, 임시휴가 기간 등과 같은 사회적 조건들을 준수할 것임이 명시되어야만 한다. 더 나아가 정해진 노동시간, 초과 근무시간 제한 및 초과 임금 지급, 휴가 및 휴일에 대한 권리, 사회보장에 대한 권리, 건강 복지, 안전하고 쾌적한 노동환경, 안전에 관한 권리와 같은 노동환경에 주의를 기울 것에 동의해야한다. 파업권 역시 인정되어야하며 아동 노동도 효과적으로 금지할 수 있는 항목이 반드시 있어야만 한다.

 

사실상 사회적, 윤리적 구매는 공공기관이 오랫동안 사회정책들을 지원하기 위하여 사용해 온 전통적인 경제적 도구이다. 그러던 것이 오늘날에 와서는 국제무역협약의 확산, 무역자유화, 반보호주의(anti-protectionism)에 대한 규정과 함께 구매 관련 사회적 조항이 비관세장벽으로 작용하기 시작하였다. 윤리적 혹은 사회적 구매로 인한 금전적 이익을 수량화하기도 어렵지만 문제는 윤리적 혹은 사회적 구매에 대한 고려가 비관세장벽으로 작동하는지 여부를 증명해내기가 쉽지 않다는데 있다. 따라서 정부는 유럽연합에 수출하는 기업들이 차별받지 않도록 노사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기준을 확립하고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