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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사태, 에너지 위기에 대비할 때이다. 2022.2.2

EU정책연구소 원장 Ph.D Lee JongSue 2022. 2. 3. 18:28

구소련 연방에 속해있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피를 나눈 형제와 같았다. 그러나 연방 해체 이후 우크라이나가 자주권을 행사하기 위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을 추진하면서 두 국가 사이에는 틈이 생기기 시작했다. 러시아는 202111월 크림반도와 우크라이나 동부 국경선 부근에 러시아군 정예 부대로 불리는 전장전술단 50개 총 10만 명 규모의 병력을 집결시켰다. 이에 나토는 4만 명에 달하는 신속대응군(NRF)의 준비 태세를 서두르고 있다. 러시아의 움직임에 전 세계가 주목하는 이유는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침공으로 인한 병합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점령했던 2014년도의 미국 대통령은 오바마였고 부통령은 바이든이었다.

 

우크라이나도 폴란드, 체코, 헝가리 등 나토에 이미 가입한 동유럽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시장경제로의 전환을 목적으로 나토 가입을 원하였다. 그러나 러시아를 자극하고 완충지대가 사라진다는 이유로 프랑스와 독일이 반대함으로써 가입이 불허되었다. 서유럽 국가들은 절충안에 따라 1999년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약속하였지만 러시아는 해당 절충안에 지속적인 거부감을 표출하였다. 러시아는 거부감의 표출 수단으로 천연가스를 무기 삼아 서구의 압박에 대응하기 시작했다. 미국과 유럽이 러시아에 강력한 대응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꽤 많다. 무엇보다 러시아가 에너지 및 원자재 시장의 거대 공급자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안 것은 지난 127일 우크라이나, 러시아, 독일, 프랑스 대표들의 4자 대화가 프랑스 파리 엘리제궁에서 열렸다. 그 결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협상단이 우크라이나 동부에서의 영구 휴전은 무조건지켜져야 한다는 데 합의했다.

 

현재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상황을 이해할 때 가장 중요한 이슈는 러시아-독일 연결 해저 가스관인 노드스트림-2((Nord stream 2)와 유럽의 에너지 위기이다. 러시아에서 유럽으로 공급되는 가스는 우크라이나를 비롯한 동유럽을 거쳐가는 파이프라인과 발트해를 통해 서유럽에 다이렉트로 연결된 노드스트림을 거치게 된다. 유럽은 러시아 천연가스 의존도가 상당히 높은 상황이기 때문에 러시아의 대유럽 가스공급량이 줄거나 중단된다면 타격이 매우 크다. 현재 에너지 전환정책 추진과정에 가스 가격이 급등하였다. 그 결과 영국, 네덜란드의 유틸리티 회사들이 연쇄 파산을 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일부 서유럽 국가들은 가스관이 개통될 시 러시아가 유럽에 가지는 영향력이 증대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반면, 노드스트림-2의 허가가 떨어져 유럽에 공급되는 가스량을 늘릴 수 있게 되면 서유럽과 계약된 물량은 노드스트림-1,2로 커버할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 만약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등 동유럽에 연결된 가스 파이프라인의 가동 중단이나 공급량 축소를 한다면 이는 동유럽을 통제할 수 있는 강력한 전략적 무기가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폴란드와 우크라이나가 노드스트림-2 가스관 가동 승인을 강력하게 반대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노드스트림의 필요성을 강력하게 요청한 국가와 허가를 내어준 국가가 바로 독일과 미국이다. 우크라이나가 절반으로 줄어든 가스 공급량으로 현재도 고통받고 있는데 만약 노드스트림-2의 승인 이후에 어떤 사유를 대면서 가스공급을 중단시켜버린다면 우크라이나의 경제는 상당한 타격과 함께 파산할 수도 있다.

 

러시아는 동유럽을 거쳐가는 파이프라인을 잠그고 독일을 비롯한 서유럽 국가로 가는 파이프라인만 가동 중인 상태라 전체적인 가스 유통물량이 줄어들고, 이로 인해 기존 가스 유통라인에 병목현상으로 운송비용이 증가하고 있다. 유럽의 가스 가격 상승은 결국 생산품의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경기 압박요인이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유럽은 거의 처음으로 1월 초부터 가스 재고가 50% 이하로 떨어졌다. 유럽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에 도움을 요청했고 미국의 액화천연가스(LNG) 유럽 수출도 한동안 계속 이어지게 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가스 수출이 역대급 호조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문제는 아시아로 와야할 액화천연가스를 싣은 운반선이 유럽으로 간 결과 아시아에서도 가스 가격이 폭등하고 있다는 점이다. 가스가격의 폭등은 결국 소비자 물가의 상승으로 이어지고 결국 경기침체가 장기화 될 가능성이 커졌다. 우리 입장에서는 유럽의 상황이 기회도 될 수 있지만 우크라이나 사태로 유럽의 에너지 위기가 심화된다면 한국 제조업 나아가 경제에 시한폭탄이 될 수도 있음에 주목하고 정부는 이에 대한 대비책 마련에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