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기사 및 컬럼

동북아 (신)안보협력체제 필요(세계일보)

EU정책연구소 원장 Ph.D Lee JongSue 2021. 2. 26. 15:23

북한은 지난 14차 핵실험 이후 8개월여 만에 또다시 5차 핵실험을 감행했다. 특히 이번 핵실험은 핵탄두의 위력 판정을 위한 폭발시험이라고 북한 스스로 밝혔듯 핵탄두의 규격화, 표준화, 소형화가 마무리 단계에 이르렀음을 시사한다. 국제사회의 여러 차례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5차 핵실험을 감행한데는 북한정권 내부의 결속력 강화라는 목적과 한반도 사드배치에 따른 중국의 북한 핵실험 묵인예상 등 정치적 원인이 있을 것이다. 한편, 1993년 핵확산금지조약(NPT), 1994년 국제원자력기구(IAEA)를 탈퇴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북한의 핵무기 개발이 완성단계에 이르게 된 것은 미국도 비준하지 않은 포괄적 핵실험금지조약(CTBT)과도 연관이 있다.

 

핵실험금지조약은 부분적 핵실험금지조약과 포괄적 핵실험금지조약으로 구분된다. 부분적 핵실험금지조약은 대기권, 우주, 수중에서의 핵실험을 금지하자는 조약이고 지하에서의 핵실험에 대한 규제조항은 빠져있다. 이에 비해 포괄적 핵실험금지조약은 300톤 이상 TNT 사용시 사전 통보에 대한 규정과 지하를 포함한 모든 핵실험을 금지하자는 목적이 담겨져 있다. 이를 지키지 않았을 경우 UN의 집단적 조치와 사찰을 받게 된다. 포괄적 핵실험금지조약은 미국,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를 포함한 154개국이 서명했다. 그러나 발전용 또는 실험용 원자로를 보유하고 있는 국가 44개국 중 영국, 프랑스를 포함한 36개국만 비준했고 미국과 중국은 서명에만 참여했을 뿐 비준에는 동의하지 않았다. 북한, 인도, 파키스탄은 서명조차 하지 않았다.

 

북한의 계속되는 핵실험과 소형 핵탄두 개발의 완성은 한반도는 물론 미국에게도 직접적인 위협이 될 뿐만 아니라 아시아 지역 전체에 심각한 위협 요인이다. 문제는 북한이 핵실험을 멈출 의도가 없으며 이에 따른 한국의 군비증강, 또다시 북한의 핵실험으로 이어지는 치킨게임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그대로 방치할 경우, 동북아는 과거 냉전적 대결구도로 회귀할 가능성 무척 크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경제적 제제 압박은 루소의 사슴사냥우화(the parable of the stag hunt)’처럼 북한은 중국의 묵인 하에 핵실험을 지속할 것이다.

 

이처럼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는 동북아의 안보환경은 아세안지역포럼(ARF)과는 다른 구속력 있는 새로운 형태의 포괄적 다자간 안보협력체제를 절실하게 필요로 한다. 어렵겠지만 그럼에도 다자간 안보협력체제의 구축을 해야만 하는 이유는 지난 1970년대 초반부터 진행된 유럽안보협력회의(CSCE)의 경험에 바탕을 두고 있다. 199556개국이 회원국으로 참여하는 거대한 안보레짐인 유럽안보협력기구(OSCE)가 탄생되면서 유럽은 신회 및 안보구축조치의 시행, 그리고 군비축소라는 무기감축노력이 진행되었다. 이 기구를 통해 유럽은 기습공격의 위험 오판에 의한 전쟁발발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각종 군사활동을 노출시키고 확인 감시하는 군사훈련 사전통보, 훈련참관, 연중 군사훈련 이정표 교환의 조치를 회원국간 합의하에 시행할 수 있었다.

 

만약 동북아에서 새로운 다자간안보체제가 만들어진다면 유럽의 경험을 그대로 답습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협정이 아닐지라도 회원국들이 동의하는 특정문제에 대한 공식적 약속정도는 가능케 함으로써 회원국 간 행동을 조정시킬 수는 있을 것이다. 적어도 북한이 핵실험을 감행 할 때마다 느끼는 정부에 대한 불신이 분산될 수는 것이다. 북한의 핵문제는 동북아 모든 국가들에게 중요한 관심사이다. 새로운 다자간 안보체제는 핵문제와 같은 안보문제만 다룰 필요를 없을 것이다. 지역안보를 비롯한 인간안보 등 국가간 분쟁의 발생요인을 사전에 방지 제거하는 예방외교(preventive diplomacy)적 역할 수행을 강조하면서 자연스럽게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재개할 수 있을 것이다. 양자간 합의로 문제를 해결하기 보다는 참가한 동북아 국가들의 공동의 관심사를 부각시키고 양자간 대화를 다자간 대체로 점진적으로 변화시켜야만 동북아에서의 안정이 유지될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이 한반도 사드배치에 대한 비판에 대한 명분이 없어진 지금이 적기이다.

 

 

 

출처: Security Cooperation in Northeast Asia: Architecture and Beyond - 1st (routledg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