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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의 대북정책과 교훈

EU정책연구소 원장 Ph.D Lee JongSue 2021. 2. 26. 15:22

북한은 우리정부의 개성공단 전면 중단 결정에 대해 211일 남측 인원 280명 전원을 추방했다. 이와 같은 북한의 행위 이면에는 남한으로부터의 기술도입 및 교역확대가 더 이상 필요치 않다는 의미가 담겨져 있다. 대북인권결의안을 비롯한 대북제제에 동참하고 있는 유럽연합(EU)의 대북 교역액도 전년도에 비해 크게 줄었다. 한국 무역협회에 따르면 작년 북한의 대유럽연합 교역액은 20151월부터 10월까지 약 2800만 달러이다. 이 액수는 전년도인 2014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거의 40% 이상 감소한 것이다. 20141월부터 10월까지 북한과 유럽연합의 교역액은 46백만 달러 규모였다. 오랜 기간 동안 이념의 동질성의 끈을 놓지 않았던 동유럽과의 교역에서 냉전 종식 후 급격하게 서유럽과의 교역으로 말을 갈아탄 전례에서 보듯이 북한의 정책결정의 신속함은 놀랍고도 비정하다.

 

과거 북한정권이 수립된 1948년부터 1954년에 이르기까지 북한의 외교정책은 사회주의 진영에 국한된 진영외교의 양상을 보였다. 1960년대 들어와서는 북한의 다변주의 외교정책과 함께 중동유럽 사회주의국가들과의 관계는 소원해졌다. 그 결과 북한과 서유럽 국가들 간의 접촉이 시작되었다. 1966년 서독의 할슈타인 원칙의 포기와 동방정책도 유럽 국가들이 북한과 접촉을 시작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를 제공하였다. 이는 당시 외교다변화 노력을 경주하던 북한의 이해관계와 함께 민간교류 중심의 북한서유럽 관계 형성이 디딤돌이 되었다. 그러나 냉전체제의 영향으로 양자간의 관계는 정부차원의 교류로는 발전하지 못하였다. 이러한 민간교류 수준의 북한과 서유럽 국가들과의 관계는 196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정부간 협력 형태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북한은 자립적 계획경제 건설전략에 한계를 느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필요한 자본과 기술을 서유럽으로부터 구하고자 하였다.

 

한편, 1980년대 중후반 이후, 특히 1989년부터 동유럽 국가들이 다당제를 채택하면서 북한과 동유럽 국가들 간의 이념적 동질성이 사라지게 됨에 따라 북한의 동유럽 국가들에 대한 인식은 매우 부정적으로 변하게 되었다. 1988년 서울 올림픽 참가를 계기로 많은 동유럽 국가들이 북한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남한과의 수교를 강행했고 북한에 대한 무상지원을 중단함으로써 북한과 동유럽 국가 간의 우호적 관계는 급격히 냉각되었다. 결국 냉전 이후, 북한의 동유럽 국가들에 인식에는 경제적 요인만이 자리 잡게 되었다.

 

개성공단사업이 전면 중단됨에 따라 박근혜정부의 대북정책기조인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변화가 불가피하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에는 유럽의 평화 및 발전에 크게 기여한 선택적 포용정책인 헬싱키 프로세스를 한반도에 적용하겠다는 구상이 내포되어 있었다. 유럽연합의 대북정책은 보충성의 원칙을 존중하여 회원국들의 대북교역은 인정하되 유럽연합의 인도적 지원을 제외한 여타 지원정책에는 분명한 조건을 부여한다는 것이었다. 한편 박근혜 정부는 국제사회가 참여하는 경제협력을 추진하는 전제 조건으로 남북한 신뢰 회복이 우선이라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이번 미사일 사태로 남북한 신뢰가 깨지고 결국 국가주도 민간협력의 틀이 사라지게 된 것이다.

 

유럽연합은 지속적인 초국적차원의 대북제재 결의에도 집행위원회 산하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식량안보지원국의 지원을 받은 독일의 저먼 애그로 액션(German Agro Action)’, 영국의 세이브 더 칠드런(Save the Children)’, 아일랜드의 컨선 윌드 와이드(Concern Worldwide)’, 프랑스의 트라이앵글 제너레이션(Triangle Generation)’프리미어 얼전스(Premiere Urgence)’ 등 북한에 사무소를 개설하고 활동 중인 유럽의 5NGO와 벨기에의 본부를 둔 국제 NGO핸디켑 인터내셔널(Handicapped International)’ 등 총 6 곳이 북한에서 활동 중이다. 이는 유럽연합이 북한의 신뢰 확보하여 회원국들의 진출을 확대하려는 노력이라 봐도 무방하다. 박근혜 정부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역시 비정부기구의 교류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것이다.

 

 

출처: EU Expands Sanctions against North Korea – Maurits Gorlee Trade Compliance Blo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