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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간 안보협력체제 서두르자(한겨레)

EU정책연구소 원장 Ph.D Lee JongSue 2021. 2. 26. 15:21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1일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한··일 협력과 다자외교를 통한 국제사회의 공조를 주장했다. 이는 동북아 안보의 기본 축과 다자외교가 결합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역질서의 재편을 강조했다. 북한의 핵실험 및 미사일 발사는 동북아 지역 안보질서가 어떤 형태로든 재편될 수밖에 없게 만들고 있다. 다자외교를 언급한 이면에는 북핵으로 인한 지역의 불안정을 보다 항구적인 평화체제로 전환시키겠다는 전략이 깔려 있다. 다만 다자외교를 진행할 중재자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는 점에서 유엔을 염두에 두고 있지 않나 하는 상상을 하게 만든다.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실질적 다자간 안보협력기구가 없는 곳이 동북아 지역이다. 동북아 지역은 동맹과 갈등, 그리고 경쟁의 양자관계만 설정되어 있는 것이 오늘날의 현실이라 할 수 있겠다. 동북아에서의 안보환경의 변화와 그에 따른 다자간 안보협력체제를 구축해야 할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가고 있음에도 가시적인 변화나 진전은 거의 없는 상태이다.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과거 유럽안보협력회의(Conference on Security and Cooperation in Europe)와 같은 다자간 안보협력을 달성하기에는 지역여건이 성숙되어 있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북핵문제로 인한 갈등이 최고조에 이른 지금의 상황이야말로 다자간 안보협력기구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때이다.

 

유럽지역은 일찍이 다자간 안보협력의 필요성에 공감하여 19721975년에 헬싱키에서 처음으로 동서가 모두 참여한 안보협력회의를 개최하였다. 이 헬싱키회의에서 1975헬싱키 최종의정서(Helsinki Final Act)’가 도출되었다. 그 후로도 동서구 국가들은 지속적이며 정기적으로 다자간 안보협력회의를 개최하게 되었는데, 이것이 유럽안보협력회의(CSCE)이다. 유럽안보협력회의 회원국들은 19951월에 기존의 유럽안보협력회의를 제도화하여 북미유럽러시아중앙아시아의 56개국이 회원국으로 참여하는 거대한 안보레짐인 유럽안보협력기구(OSCE)를 탄생시켰다.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전략 중 하나인 다자간안보협력을 구체화시키기 위해서는 동북아안보협력회의(Conference on Security and Cooperation in Northeast Asia)에 진지한 연구가 진행되어야만 한다. 동북아에서 다자간안보협력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협상의 실행이 자결성, 개혁성, 평등성의 원칙에 입각해야한다. 첫째, 동북아다자간안보협력은 참여국들의 생존권과 안보이익을 스스로 결정하는 자결성의 원칙에 입각해야 한다. 즉 지역안보가 강대국들의 사이에 흥정이 대상이 되어서는 안된다. 또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남북한문제는 당사사 해결원칙이 존중되어야 한다. , 동북아다자간안보협력으로 인해 한반도 분단이 고착화 되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동북아 다자간 안보협력체를 국제연합(UN)의 지역기구로 편입시키는 것도 한 방법이 되겠지만 유럽연합을 동북아 다자간안보협력체 구축에 중재자로서 활용하는 방법도 강구할 필요가 있다.

 

 

동북아 지역에서는 어떠한 국가도 군사력에 대한 일방적 결정만으로써 안보를 보장할 수 없고 오직 공동생존(joint survival)의 공약을 통해서만 안보가 유지될 수 있다는데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다자간 안보협력체제는 그 형성이 매우 어려운 반면, 일단 형성이 되면 경로의존성(path dependency)으로 인해 안정적 유지의 지속성을 확보함에 따라 지역 내 평화와 안정을 유지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다자간 안보협력체제 구축을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참가국간의 이해증진과 신뢰구축, 대화관행의 축적, 군비통제를 위한 기반조성, 군비통제의 실현 등의 논의가 선행되어야 한다. 여기에는 포괄적 안보개념에 부합되는 난민ㆍ마약 문제, 테러방지, 환경보전, 오염방지, 해상안전 감시, 영유권 중재문제 등 초국가적인 위협과 같은 공통의 관심사항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

 

동북아 다자간 안보협력체의 주도형식에 있어서 유럽안보협력기구와 아세안지역포럼의 경험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정부 차원과 비정부 차원의 이중적인 채널로 협력을 촉진하는 상설조직과 회의체가 반드시 필요하다. 어렵겠지만 동북아 지역에서도 유럽안보협력기구의 발전과정에서 나타난 경험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오랜 시간에 걸쳐 발전시켜온 의제의 선정 요령과 이를 통한 신뢰구축의 경험을 동북아에 적절히 적용하여 활용한다면 역내의 안보의 불확실성을 상당한 정도로 축소시켜 줄 수 있는 의제를 개발하여 보다 효과적인 다자간 안보협력체를 가동할 수 있게 할 것이다. 이 외에도 동북아 다자간 안보협력체를 국제연합(UN)의 지역기구로 편입시켜 필요시 국제연합에서 규정하고 있는 제재방법을 활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가 있다.

 

출처: The Case for Multilateralism: The Korean Peninsula in a Regional Context (isdp.e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