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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 사태, 표준화를 둘러싼 미중 경제패권경쟁

EU정책연구소 원장 Ph.D Lee JongSue 2021. 2. 28. 09:00

중국 통신장비 제조사 화웨이 창업자 런정페이는 최근의 화웨이의 처지를 고장 난 비행기에 비유했다. 화웨이는 미국의 제재 여파로 2019년과 2020년 각각 300억 달러(356010억원) 규모의 감산에 들어갈 것을 결정했다. 따라서 매출은 연 1000억 달러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화웨이는 중국 내수시장 위주로 사업전략을 수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미국이 이처럼 중국 기업에 단호하게 대응한 적은 없었다. 단지 화웨이의 5G 장비판매가 두려웠던 것은 아니다. 여기에는 미국이 절대 양보할 수 없는 국제표준이라는 경제패권을 내어줄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매우 컸기 때문이다.

 

미국에 아무리 뛰어난 기술을 가진 기업이 있더라도 표준화 경쟁에서 이겨내지 못한다면 그 기업은 결국에는 경쟁력을 상실하고 만다. 쉽게 설명하면 마이크로소프트의 빌게이츠는 윈도즈라는 표준으로 세계를 장악했다. 미국 정부가 미국 기업들의 보안을 위해 중국 화웨이의 기술을 통신 네트위크에 사용하지 말라고 압력은 준 것은 화웨이의 네트워크 장비가 스파이 활동에 이용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그러나 실상은 화웨이의 기술 표준화를 우려했기 때문이다. 표준은 기업 나아가서 국가의 강력한 무기이다. 표준을 만드는 기업은 로얄티 자체만으로도 돈방석에 올라앉게 된다. 5G 무선기술은 단지 인터넷의 속도가 향상되고 네트워크 용량이 증대되는 것만 생각할 수 있다. 5G 무선기술은 핸드폰 통신기술이지만 넓게는 인공지능, 국방로봇, 인공지능 전투원, 가상현실, 무인자동차, 홈오토메이션을 총괄하는 핵심기술이다. 즉 중국과 경쟁하고 있는 미국이 경제패권 창출에 핵심인 표준을 만들려고 하는 중국을 보고만 있을 수는 없는 것이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는 2020년 말까지이다. 그는 2016년 대선기간 동안 통상관련 7대 공약을 내세운 바 있으며 이를 모두 이행했다. 첫째는 TPP협정에서 탈퇴였다. 그는 취임직후 TPP에서 탈퇴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둘째는 미국 노동자를 위해 싸울 강한 무역협상가 임명이었다. 이를 위해 80년대 프라자합의의 주역이었던 로버트 하이저를 USTR 대표로 임명했다. 셋째, 미국 상무부의 무역협정 위반 감시를 약속했다. 그 결과 무역협정 재검토 행정명령에 서명한 바 있다. 넷째,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불가능시 협정에서 탈퇴를 시사했다. 결국 멕시코, 캐나다와 재협상하였고 2018NAFTA가 새로운 이름의 USMCA로 타결되었고 해당국 의회의 비준만 남겨두고 있다. 다섯째,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 압박을 통해 환율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여섯째, 중국의 지재권 위반 문제를 WTO에 제소하였다. 여섯째, 중국의 불법행위 지속시 모든 합법적인 대통령 권한을 시행할 것을 선거공약으로 내세웠다. 그 결과 301조 조사를 통한 대중국 관세를 부과하였고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232조 조치 등 중국의 불공정 무역행위를 제재하였다.

 

2019년 올해는 202011월 미국의 46대 대통령을 뽑는 선거에서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행정부가 내세운 무역 재균형화와 공정무역이라는 통상정책의 결과를 도출해야 할 매우 중요한 시기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의 무역불균형과 중국의 경제적 도약 때문에 미국 노동자들과 기업들이 어려움이 겪어 왔다고 판단했다.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견제는 거시적으로는 표준화를 둘러싼 경제패권, 미시적으로는 대선을 앞둔 정치공학적 판단으로 보아야 한다. 최근 미중 무역분쟁이 심화되면서 중국에 진출한 다국적기업들이 생산시설을 다른 지역으로 옮기고 있다. 현대자동차도 인도네시아로 생산설비의 이전을 고려하고 중국 정부와 조율을 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의도한 관세전쟁으로 인한 부품가격 상승, 경쟁력 약화를 우려한 기업들의 탈 중국화 등 미국이 의도하였던 정책 목표는 거의 실현되었다고 볼 수 있다. 한편, 중국의 대미수출 의존도는 16%정도이고 미국의 대중국 수출 의존도는 3%에 불과하다. 하지만 우리나라에 있어서 중국은 제1의 교역대상국이다. 지난해 한국의 전체 수출에서 중국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1,6224000만달러(1823,000억원)26.8%를 차지했다. 중국으로부터 은혜를 원수로 갚는다는 가구향리폐(家狗向裏吠)란 말을 듣지 않으려면 지금부터라도 정부와 기업이 머리를 맞대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