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 논문 및 미발표 논문

다층적 거버넌스의 한계와 지역정책

EU정책연구소 원장 Ph.D Lee JongSue 2021. 6. 15. 09:25

지역간 경제력 격차의 원인 및 해결방안에 대한 가설은 현실주의적 가정과 자유주의적 가정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경제발전의 초기로부터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서 경제력의 격차가 커져서 일단 초기에 경쟁력을 확보한 지역은 지속적으로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수 있다. 그러므로 초기에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 지역은 국가의 개입만이 지역의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이 현실주의적 입장이다. 두 번째는 지역간 격차는 일시적인 현상이므로 자유로운 시장경제체제의 강화와 생산요소의 자유로운 이동에 따라서 지역격차는 자연스럽게 해소될 수 있다는 것이 자유주의적 입장이다(Wessels, 1997: 271). 지역정책은 자유주의적 입장인 다층적 거버넌스 이론의 타당성을 평가하는데 적절하다.

다층적 거버넌스 이론1988년 구조기금 개혁 이후 하위정부가 회원국 정부의 수직적 통제로부터 자유롭게 증명하는데 유용한 도구였다. 다층적 거버넌스 이론에 따르면 지방과 초국가 행위자간의 직접적 관계가 회원국 정부의 지원을 우회할 수 있게 만들었고 지방하위 관료에게 새로운 채널이 형성되어 그들의 권력이 강화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다층적 거버넌스 이론은 초국적 차원의 규제로 인해 오히려 지역행위자와 지역집단의 권력이 상실될 것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

유럽연합 법은 회원국 정부내에서 법적으로 보장된 지방정부의 권한을 제한할 수 있고 초국가적 차원으로의 접근이 불가능하게 할 수 있다. 더욱이 유럽연합은 반드시 회원국의 지역구조 또는 시스템을 존중하거나 고려할 필요가 없다. 집행위원회는 국가차원과 지역차원의 행위를 구별 짓지 않는 경향이 있다. 리스본조약 제107조가 규정하고 있는 회원국 주정부 보조(Aids Granted by States)는 산업 혹은 기업에 대한 보조금과는 달리 집행위원회가 면밀하게 살피지 않는 지역발전정책의 한 부분이었다. 즉 중앙정부의 보조와는 다르게 지방정부의 보조금 지급정책은 예외가 인정되고 있다. 1960년대 후반부터 중앙정부의 지역보조는 집행위원회의 암묵적 동의하에 당연한 것으로 인식 되었다. 그러나 1980년대 초반 높은 실업율과 회원국 평균보다 높은 지방의 GDP 하락으로 집행위원회는 지방에 대한 보조는 유럽연합의 공동이익으로 받아들여져야만 한다고 주장하기 시작하였다.

이처럼 지역정책에는 산업정책적 고려가 우선시되어 운영되고 있다. WTO 규정상 유럽연합은 개별산업에 직접적인 지원이 불가능하다. 대신 지역단위로는 분명한 기준과 절차가 선행될 경우 지원이 가능하다는 점을 충분히 활용하고 있다. 산업정책적 고려하에 사회간접자본, 환경, 직업훈련, 고용창출, 신기술 협력정책의 이행 수단으로 구조기금이 배부된다. 유럽연합은 특정지역을 대상으로 지원하는 형식을 통해 사실상 특정산업지역의 구조조정 등 산업정책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사적 행위자들의 기반확보가 이루어졌으며, 사적 행위자들과 유럽연합의 정책결정자들 간의 유착은 규제자본주의에 대한 선호가 신자유주의 경향, 즉 경쟁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바뀌게 만들었다.

1984년 독일의 두 지역에 대한 지역보조금 금지결정은 결국 소송으로 이어졌고, 유럽법원은 이로 인해 지역정책의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만 했다. 유럽법원의 결정은 지역보조에 대한 집행위원회의 태도에 변화를 가져왔다(Case 248/84, ECR, 1987: 4013). 1988년 이후 집행위원회는 투명성 부족과 지역보조금의 수혜지역의 범위를 정한다는 명목 하에 지방에 대한 세세한 간섭이 시작되었다. 즉 집행위원회는 지역보조금이라는 형태로 남아 있는 한도 내에서 개별회원국들에게 초국적 차원의 규제를 만들기 시작하였다. 이에 따라 구조기금의 적용을 받는 지역이 구체화되고 방법이 결정되었다. 회원국들은 집행위원회의 지시대로 수혜예상지역을 제출해야했고 수혜 받기를 원하는 지역은 심각한 불균형을 증명해야만 했다. 선정된 지역에 더해 집행위원회는 낮은 인구밀도를 갖는 지역을 구조기금 수혜 적합지역으로 추가하였다. 이와 같이 세밀한 규제는 지방정부의 권한 약화에 기여했고 지방정부의 행위에 제약을 가하였다(Schwarze, 2000). 즉 집행위원회가 보조금 지급의 상한선을 정함으로써 지방정부의 권한 약화로 이어졌다.

앞서 기술한 바와 같이 유럽연합은 유럽단일시장을 목표로 유럽 챔피언이 될 만한 기업을 육성한다는 명목 하에 1980년대 범 유럽적인 산업 내 중복조정정책을 폈다. 이에 따른 생산성 및 수익성 증대를 목표로 기업간 인수합병을 활발히 진행시킨 결과 역내 동일업종의 기업수가 줄기 시작했다. 더욱이 지역기금의 대부분이 지역의 사회간접자본 확충을 위해 사용되고 남는 자금 역시 혁신 기술을 가진 중소기업으로의 투자보다 초국적 기업에게로 돌아갔다. 이처럼 가장 큰 문제가 무역규제에 따른 초국적기업의 역내진입이었다(Dunford, 2000). 이러한 유럽연합의 경제환경에서 등장한 것이 구조기금 분배를 통한 낙후지역들을 살리기 위한 지역정책이었다. 1990년대 이후 초국적 기업의 입김이 커지게 된 원인 중 하나는 생산기지 이전을 볼모로 고용문제를 들고 나온 초국적기업을 정책결정과정에 포함시킬 수밖에 없게 된데 그 원인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무엇보다 모든 회원국을 참여시키기 위한 정치적 목적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국가별로 정해진 비율에 따라 기금을 분배하는 할당제를 채택하였다. 이로 인해 진정한 저개발 지역으로의 기금유입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데 문제가 있다. 여기에 알려진 바와 같이 스웨덴과 핀란드 가입한 당시 가입협상 때도 목표 제 1지역에 해당하는 지역이 없자 인구 저밀도 지역을 돕는다는 정치적 목적으로 목표 6을 신설하였다.

2000년 니스조약은 국가 주도의 지역정책을 초월하여 유럽연합 차원의 지역정책을 추구해야만 하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분명하게 명시하였다. 첫째, 유럽연합 회원국이 이미 199911일을 기점으로 단일통화 체제로 들어갔기 때문에 실물경제의 차이가 더욱 분명해졌으며, 어느 국가도 다른 국가의 낙후나 불행으로 인한 이탈현상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둘째, 낙후지역 문제를 당사국에만 맡긴다면 낙후지역 문제를 안고 있는 당사국은 재정문제로 인한 또 다른 문제를 야기 시킬 것이 분명하다. 셋째, 유럽연합 차원의 범국가적인 지역정책의 도입은 다른 정책과의 연계를 통한 효율적인 정책수행을 가능하게 만든다. 말하자면 다국적 프로젝트의 운영을 통한 유럽연합 기구, 각 정부기구, 지방정부기구 간의 유기적인 협조체제의 강화로 긍정적인 효과가 발생한다. 넷째, 시장통합 및 경제통합은 특정 산업으로의 편중화와 소비자 물가의 하향을 가져옴으로써 지역간 불균형을 심화시킬 수 있으므로 유럽연합 차원의 대처가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이와 같이 유럽연합은 파트너십 구축을 위해서 지방자치정부, 국가, 집행위원회의 상호결속강화를 재차 강조하였다. 하지만 상호결속강화는 정책결정의 신속한 처리의 지체와 구조기금의 배분과정에서 로비를 통한 부정과 같은 또 다른 문제를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그만큼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1995~2006년 기간 동안 목표 1 지역의 연간 평균 성장률은 0.6~0.9%로 정도로 지역정책의 효과면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만약 유럽연합의 나머지 지역의 성장 속도를 고려한다면 이러한 결과에 상당한 의미를 부여하기는 힘들다. 목표 1 지역이 유럽연합 15개국 평균 GDP69%정도이고 나머지 지역이 GDP107% 임을 고려할 때 나머지 지역수준으로 수렴되려면 50년에서 75년이 걸린다는 계산이 나온다. 따라서 지역정책이 낙후된 지역의 감소에는 기여했을지라도 그 지역적 불균형의 감소라는 측면에서는 효과가 크지 않다는 결론을 낼 수 있다(Pellegrini, Terribile, Tarola, Mucnnigrosso, Busillo, 2013: 231-232).

2007~2013년 기간 동안 유럽연합의 결속정책은 세계화, 기술혁명, 지식경제의 발전, 노령화, 이민증가에 따라 수렴(convergence), 지역경쟁력과 고용(regional competitiveness and employment),유럽지역협력(European territorial cooperation) 목표를 중심으로 이행되었다. 각각 목표별로 할당된 재원의 비율은 81.5%, 16%, 2.5%였다. 이 기간 동안 가장 많은 수혜를 받은 국가는 폴란드, 스페인 이탈리아 순이며 독일과 프랑스에 지원된 구조기금도 전체 구조기금의 11% 이상 배정 되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2011629유럽 2020 전략(Europe 2020 Strategy)’의 이행예산인 차기 ‘2014~2020년 재정계획을 위한 제안을 채택하였다. 집행위원회는 유럽 2020 전략이행에 있어 핵심은 지역정책임을 표명하였다. 2020 전략의 효율적인 수행을 위해서는 첫째, 소수의 우선과제에 기금을 집중한다. 둘째, 경과에 초점을 맞춘다. 셋째, 목표달성 과정을 감독하고 이행과정을 단순화 한다. 2014~2020년 기간 동안 제안된 총예산은 3,760억 유로이며 여기에는 에너지, 교통, 정보기술 분야의 초국경 프로젝트를 향상하기 위해 새롭게 도입된 유럽연결시설(Connecting Europe Facility)을 위한 기금이 포함되어 있다. 2014~2020년 기간 지역정책은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다. 지역간 격차 해소에 중점을 둔 수렴 목표가 사라졌고 성장과 일자리 투자와 유럽지역협력이라는 목적으로 단순화되었다(한경원, 2012: 112-114).

이와 같은 지역정책의 수차례의 개혁은 구조기금의 증액을 가져왔고 기금 사용에 있어서의 적용범위 및 법칙이 새롭게 제정되는 게기가 되었다. 하지만 구조기금의 증대는 유럽연합이 사회경제적 결속을 추구함에 있어서 시장의 힘을 대체하려는 의도는 아니었으며 지역정책에서 배제된 자들에 대한 보상을 위함도 아니었다. 통상정책을 비롯한 개방정책으로 인한 폐해를 최소화 하는 것이 주목적 이었다. 다만 유럽연합이 집합적이고 복합적인 이익을 공유하고 민간 및 공공 행위자들을 부추김으로써 산업이 지체된 지역에 경제성장 및 실업을 막아보려는 의도로 해석할 수 있다.

한편, 동유럽 국가들과 지중해연안 국가들에 대한 지역정책은 하부구조 개선을 위한 펀드배분 등 주로 재정적 지원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이와 같은 재정적 지원을 통한 유럽연합은 지원대상 후보 국가들의 자유시장 경제의 활성화를 상정하고 있는데, 이는 전형적인 신자유주의적 접근이다. 유럽연합은 초국적기업들에게 지역을 개방하고 기술이전과 같은 동력도 동시에 제공하고 있다(Markusen, 2005). 하지만 유럽연합의 신자유주의적 지역정책은 오히려 유럽연합-동유럽 및 유럽연합-지중해 국가들 간 사회경제적 격차만 확대시켰다(정성훈믹 던포드, 2003: 148). 로턴-스미스(Lawton-Smith)는 유럽연합의 지역정책이 경쟁이라는 목표와 결속이라는 목표사이에 긴장을 가져왔다고 주장한다. 즉 세계경제와 경제적 사회적 수렴은 모순된 개념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성장과 결속 간의 교환(trade-off)이 이루어지기는 어렵다(Wamser, 2013: 41).

무엇보다 기업들은 유럽연합 차원의 지역정책이 기업들에 미치는 영향을 가장 잘 인식하고 있다. 따라서 그들은 기업활동에 영향을 주는 네트워크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농촌지역에의 투자를 기피하고 도시로의 투자를 선호한다. 이와 같은 이유로 지역간 불균형 해소는 요원해 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Sternberg, 2012: 587). 스턴버그(Sternberg)는 이와 같은 사실을 스페인과 독일의 사례를 통해서 증명했다. 스페인은 2007~2013년 간 전체 구조기금의 10.1%를 받았으며 같은 기간 독일은 7.6%를 받았다(Sternberg, 2012: 590-598). 유럽연합의 구조기금이 스페인의 GDP 상승을 이끈 것은 사실이나 스페인내의 지역간 격차를 해소하는 것에는 실패하였고 마찬가지로 독일에 대한 투자에 있어서도 구서독지역과 비교해서 구동독지역의 GDP 상승에는 크게 기여하지 못했다.

 

출처: History and Theory of European Integration - ppt download (slideplay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