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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가 대EU 시장 진출에 미치는 영향

EU정책연구소 원장 Ph.D Lee JongSue 2022. 7. 12. 14:03

독일이 지난 5월 통일 이후 처음으로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했다. 적자 규모는 9억 유로(12200억원)에 달한다. 이는 첫째,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에너지 가격이 폭등하여 독일의 수입액이 증가한 것에 근본 원인이 있다. 에너지, 공산품, 식료품 등의 수입액이 작년 대비 54.5%나 증가했다. 둘째, Covid-19의 확산세를 막기 위한 중국의 도시 봉쇄로 대중국 수출 규모가 크게 감소했기 때문이다. 미국과 EU의 경기 침체가 현실화하면 수출 중심의 독일 경제가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것이다. 세계 제2위의 수출국이자 세계 4위의 GDP 규모를 가진 독일은 EU 성장을 견인하는 국가이다. 20227월 현재 EUGDP 중 독일이 차지하는 비중은 25%로 독일 경제의 EU내 영향력은 상당히 크다. 문제는 이러한 독일의 무역수지 적자가 단기간에 흑자로 전환할 가능성이 없다는 점이고, 그 결과 EU 전역으로 침체가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언제 종식될지 예상할 수 없는 상황에서 또 하나의 전쟁은 독일과 러시아, 나아가 EU와 러시아 사이에서 일어나고 있다. 하나의 예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5주간 약 430만 명의 해외 이주 난민이 발생했다. 이는 우크라이나 전체인구의 10%에 육박하는 규모로 대부분의 난민들이 폴란드, 루마니아, 몰도바, 헝가리 등 유럽 국가로 향하고 있다. EU는 회원국으로 들어오는 우크라이나 난민들을 위해 다양한 지원정책을 펼치고 있다. 독일 내로 들어오는 우크라이나 난민은 백만 명이 안 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인구 84백만 명인 독일에게 큰 부담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문제는 독일을 비롯한 회원국들에서 그 숫자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고, 그 결과 초기 지원정책이 교육정책을 비롯한 복지정책으로 변화할 것이기 때문이다. 과거 2010년 시리아 내전으로 EU로 유입된 난민이 EU의 노동시장, 국가재정, 사회통합 등에 영향을 미쳤듯이 우크라이나 난민 또한 향후 EU의 경제, 사회, 정치 전반에 걸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Covid-19로 인한 오랜 경기 침체와 우크라이나 사태가 지속됨에 따라 고통 분담 차원에서 유럽중앙은행(ECB)이 예고한 EU 내 상대적 약소국인 동유럽과 남유럽 국가들에 대한 차별적 채권매입은 독일, 프랑스 등 EU 내 선진국 정부의 반대에 직면할지도 모른다. 이미 EU유로존 경제위기 이후 초국적 차원의 지원과 회원국 정부 차원의 보조금 지급과 같은 보호조치가 약화되었다. 그 결과 구산업지역 내의 대도시들은 독립적인 투자유치와 산업발전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게 되었다. 국제적 경쟁에 노출된 유럽의 주요 도시들은 EU 차원의 지원과는 별도로 도시 스스로의 시스템 운영과 도시간 연합을 통한 경제발전 정책을 선택하게 되었다. EU는 유럽이라는 지리적 경계 내에서 분할된 주권과 통합된 시장이 중첩된다. 이러한 구조임에도 보충성의 원칙과 상호인증의 원칙을 기본으로 하여 회원국의 권한과 시장 간의 갈등이 조정가능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즉 유로존 사태 이후 EU만의 독특한 거버넌스 유형인 다층적 거버넌스 형태는 수평적 권한 분배가 아니라 국가 및 하위정부 수준에서의 권한 강화가 일어나고 있다. 다만 국내 문제해결을 위해 국내정책을 초국가로 전이하여 다수준의 정부간, 하위정부간 수평적 연합을 통해 공동대응을 강구하는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는 예상과는 달리 경제적 위기로 인하여 EU의 결속력 약화를 가져올지도 모른다. 따라서 EU의 분열을 막기 위해 집행위원회 주도의 하향식 의사결정 구조가 아닌 다수준의 행위자들이 이슈 영역에 따라 상호의존적 관계를 형성하는 집단적 합의 시스템으로 변화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앞으로 EU는 국가 하위정부인 지방 및 도시간의 협력이 더욱 활성화할 가능성이 크며 초국가적 차원 이외의 국가 및 하위정부 차원의 고유한 제도를 공유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정부는 EU의 정책결정과정을 새롭게 분석하여 하위정부의 권력 강화가 EU 시장 진입에 있어 이중장벽으로 작용할 가능성은 없는지에 관한 깊이 있는 연구를 진행해야 할 것이다.

 

자료: • Chart: Why the War in Ukraine Threatens Global Food Security | Statist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