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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미국-EU, 무역기술위원회(TTC) 결과가 우리 기업에 미치는 영향 8.23. 굿모닝경제

EU정책연구소 원장 Ph.D Lee JongSue 2022. 8. 24. 09:47

조 바이든(Joe Biden) 미국 대통령의 2년 차 통상정책은 첫째, 대중국 견제, 둘째, 자국 산업경쟁력 강화, 셋째, 양자간 규범에 기반한 통상의제 대응 등으로 설명할 수 있다. 미국은 올해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국내 경기 하강, 인플레이션 심화 등 국내문제 해결이 우선이지만, 역외 교역 성과를 보여줌으로써 임기 전반기의 성과를 평가받아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그 일환으로 케냐, 영국 등과의 FTA 협상이 진행 중이나 진전은 없는 상태이다. 다만 미국-EU 무역기술위원회(TTC: US-EU trade and Technology Council) 설치하여 EU와 긴밀한 협력관계에 있음을 부각시키고 있다. 미국-EU, 무역기술위원회는 미국과 EU 간 국제무역 및 첨단기술에 관하여 양자간 협력 확대를 모색하는 기구이다. 미국과 EU20216월 미국-EU 정상회의에서 미국-EU, 무역기술위원회의 설치에 합의하였고 20219월 제1TTC 회의를 미국 피츠버그에서 개최한 바 있다.

 

2022515~16일 양일간 열린 제2TTC 회의에서 양측은 러시아에 대한 수출통제에 공조할 것을 약속하였다. 이와 함께 공급망 안보 강화로 양측은 그린디지털 전환을 위한 주요 부문에 있어 범대서양 공급망 탄력성을 강화하기로 하였다. 2차 미국-EU, 무역기술위원회의 세부 의제 및 목표는 기술표준, 기후 및 청정기술, 공급망 안정화, 정보통신 보호 및 경쟁, 데이터 통합 관리 및 기술 플랫폼, 기술남용과 인권침해, 수출통제, 투자심사 강화, 기업 디지털 기술 접근 및 사용촉진, 글로벌 무역도전 등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미국 EU와의 공조를 통한 대중국 견제는 구체적 성과를 거두지는 못한 것 같다. 왜냐하면 EU 기업들의 대()중국 투자가 오히려 늘었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EU 기업의 중국 투자는 작년 동기보다 15% 이상 증가했다.

 

이처럼 TTC 가 단지 바이든의 국내 중간선거 승리용 장치 중 하나일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에게 미칠 영향이 예상외로 클 수도 있다. 2TTC 의 세부 의제에서 주목해야 할 사항은 수출통제와 기술표준 협력 강화이다. 하나는 수출통제로 이중용도 기술 활용에 대한 리스크 평가 및 주요 통제 사례 정보 교환, 양측 핵심기술의 외부 국가로 유출되는 사태 방지 협력을 함께 하기로 했다는 점이다. 수출통제는 전략물자를 통제하는 것을 의미한다. 전략물자는 군용물자 품목과 이중용도 품목으로 나눌 수 있다. EU의 경우 군용물자 품목에 대한 수출통제는 회원국들이 자율적으로 행하는 것이므로 통일적인 규율체계가 없다. 다만 이중용도(Dual Use) 물품의 수출에 대한 통제는 EU 차원에서 통일적으로 규율되고 있다. 즉 군용물자 품목의 수출통제와 관련한 사항은 회원국의 권한에 맡겨져 있는 공동외교안보정책 일부분인 공동유럽안보방위정책을 실현하는 분야이다.

 

반면, 이중용도 물품의 수출통제는 EU의 배타적 권한 하에 있는 공동통상정책의 범주에 속한다. 그러나 통제 규칙을 어겼을 경우 이에 따른 EU 공통의 처벌 규정은 없고 회원국 자율에 맡겨 놓는다. 무엇보다 EU의 경우 이중용도 품목의 통제목적은 첫 번째가 보호무역으로 침체된 역내 교역 활성화이고, 두 번째가 제3국으로의 이중용도품목 수출통제이다. 따라서 지금은 유럽대륙에서 벌어진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미국이 정한 강력한 수출통제 체제를 따를 수밖에 없지만 어느정도 유럽이 안정화된다면 EU 스스로가 정한 이중용도 수출통제 체제를 따를 가능성이 크다. 말하자면 EU수출통제 체제는 회원국이 영향력을 발휘하는 부분이 많으므로 양측간 공조가 우리에게 미칠 영향을 그다지 크다고 할 수는 없다.

 

우리 정부가 주의하여 분석해야 할 부분은 제2차 회의 결과를 중심으로 한 미국과 EU의 공통규범 마련이다. 특히 양측은 전략적 관심을 공유하는 적층제조(3D 프린팅), 메가와트 충전 시스템 등의 부문에 대한 공동의 기술표준 마련을 위해 협력할 계획에 있다. 또한 EU는 입법 예정인 배터리 규정, 에코디자인 규정 등 관련 규범을 통해 제품의 탄소발자국 정보공개를 역외국에 요구할 계획에 있다. EUEU 자체적으로 마련한 배터리 규정, 에코디자인 규정에 미국이 동참해 주기를 강력히 희망하고 있다. 미국은 TTC 를 통해 EU와의 공통규범을 만들고자 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WTO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 첨단기술 등 다양한 산업에서 미국-EU간 새로운 규범 형성이 우리 기업에 미치는 역할에 대한 철저한 분석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