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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본조약과 EU 공동통상정책의 미래

EU정책연구소 원장 Ph.D Lee JongSue 2021. 2. 26. 15:59

공동통상정책은 공동농업정책과 함께 유럽연합이 출범 초기부터 회원국으로부터 독립하여 전적인 권한을 행사해온 정책분야이다. 1957년 로마조약에 의해 설립된 유럽경제공동체는 역내국가간 관세와 수량제한을 철폐하고 대외적으로는 공동관세를 운영하는 관세동맹을 1969년 전까지 완성하는 것을 핵심목표로 삼았다. 관세동맹은 역외수입품에 대해서 공동의 관세와 통일된 수입절차를 적용해야 한다. 따라서 관세동맹이 효율적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각 회원국이 개별적으로 실시해오던 통상정책을 단일화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관세동맹으로 공동체는 국제통상무대에서 하나의 단위로서 행동해야하고 국제통상협정시 일관된 의견을 제시해야하므로 국제무대에서의 교섭력 강화를 위해서도 공동통상정책의 실시는 절실하였다.

 

공동통상정책은 유럽연합을 지탱하는 토대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유럽연합을 대표하는 협상권한을 집행위원회가 독점적으로 보유하는 것에 대한 회원국들의 암묵적 반대는 공동통상정책 실행 초기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 결과 집행위원회는 회원국 정부의 감시 하에 무역관련 사안들을 처리해야만 했다. 회원국들은 자국의 이익을 대신하는 행위자들이 로비 행위를 지속할 수 있기를 희망했다. 이렇듯 통상정책 집행과정에서 거부권 행사자의 존재는 유럽연합을 예측 불가능한 교역상대로 인식하게 만들었고, 협상과정에서 공동 지위로 인한 협상결렬 위기의 예는 많은 곳에서 발견된다. 외부로부터의 도전에 대한 통합된 대응원칙은 주권이라는 명목 하에 자주 파기되었다. 그 결과 공동통상정책의 실질적 작동은 늦춰지게 되었고 엄격하게 진행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이유로 리스본조약은 불명확했던 유럽연합과 회원국의 권한을 회원국 고유권한(supporting competence), 유럽연합의 배타적권한(exclusive competence), 유럽연합과 회원국간 공유권한(shared competence)으로 구분하였다. 그 결과 공동통상정책과 같은 유럽연합이 배타적권한을 보유한 분야에서는 더 이상 회원국 의회의 비준을 받을 필요가 없어지게 되었다. 즉 서비스 및 지적재산권 분야와 같은 모든 유럽연합과의 맺은 무역협정 채택은 국내의회의 비준을 받아야하는 절차가 삭제되고 유럽의회의 동의절차가 추가되었다. 공동통상정책의 원칙들도 확정되었다. 주요 통상 분야들은 상품무역, 서비스 무역, 지적재산권의 무역과 관련된 분야, 해외직접투자, 수출정책과 보조금 또는 덤핑으로부터의 무역보호 등과 관련한 관세와 무역협정 등이다. 유럽의회와 이사회는 공동통상정책을 실행하는 규칙을 만드는 역할을 함께한다. 이사회는 당해 협정이 역내법규의 채택에 만장일치를 필요로 하는 규정이 포함할 때는 만장일치로 결정한다. 또한 협정의 교섭 및 체결에 대해서도 만장일치로 결정한다.

 

이전 조약과 비교했을 때 유럽연합의 배타적권한은 과거 회원국들과의 공유권한이었던 해외직접투자, 서비스 및 지적재산권의 무역과 관련된 분야로까지 확대되었다. 더욱이 국제무역을 함에 있어서 규제의 진보적 폐지, 해외직접투자, 관세인하 및 다양한 무역장벽의 제고 등 관세동맹의 새로운 목적이 추가되었다. 또한 배타적권한은 무역과 관련된 환경기준, 노동기준 등이 포함되었다. 이러한 규정에 의해서 공동통상정책 하의 자율적 국내결정권한이 유럽연합의 배타적권한으로 변경되었다. 배타적권한의 대부분은 가중다수결 원칙으로 결정하게 되었다. , 문화 및 청각서비스 관련 분야의 역외국들과의 협정 등은 가중다수결 원칙으로부터 제외되는 분야이다. 왜냐하면 이러한 분야와 관련된 협정은 공동체의 문화 및 언어의 다양성을 침해할 우려가 있고, 사회, 교육, 보건 서비스와 관련된 협정은 공동체 회원국의 책임을 심각하게 왜곡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리스본조약으로 집행위원회는 국제통상협상 분야에서 유럽이사회 특별위원회인 무역정책위원회 외에도 유럽의회에 정기적으로 보고하는 절차가 생겨났다. 유럽의회는 반덤핑, 세이프가드, 일반특혜관세 등의 정책에 있어서도 유럽이사회와 함께 공동결정권한을 보유하게 되었다. 그러나 유럽의회 역할이 강화됨에 따라 통상협정 과정에서 정치인 중심의 유럽의회가 관료 중심의 무역정책위원회와 동일한 수준의 권한을 행사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는 통상문제에 대한 회원국들의 국내정치적 요구가 자국 출신 유럽의회 의원을 통해 표출될 가능성이 높아짐을 의미한다. 즉 유럽연합의 공동통상정책은 리스본조약의 체결에도 불구하고 집행위원회의 배타적권한과 회원국가의 이익 추구사이에서 갈등하는 이중적 모습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출처: The European Union’s Common Commercial Policy after Lisbon « Fernando Dias Simões (wordpres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