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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유럽 사태의 또 다른 원인, 유럽연합의 지역정책

EU정책연구소 원장 Ph.D Lee JongSue 2021. 2. 26. 15:59

최근 유럽통합과정과 관련하여 가장 중요한 문제 중 하나로 부각되고 있는 것은 유럽연합 차원의 사회문제 해결방안과 더불어 지역 간 발전격차의 심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이다. 유럽연합의 지역정책은 공동체내 저발전 국가 및 저발전 지역의 후진성을 줄임으로써 회원국 경제의 조화로운 발전을 모색하기 위한 수단이라 할 수 있다.

 

유럽연합은 로마조약 체결이후부터 지역 간 경제사회적 격차 해소를 위해 지역정책을 시행하여 왔다. 국가와 지역 간 경제사회적 격차해소는 경제통합의 또 다른 목적으로 1980년대 말 단일시장 계획이 본격화되면서 다시 한 번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 시장통합에 따른 수혜가 특정 국가나 지역에 한정 된다면 통합의 당위성이 훼손될 수밖에 없다. 또한 완전한 경제통합을 위해서도 지역 간 격차해소는 반드시 풀어야할 선결과제이다. 이에 따라 당시 유럽공동체는 단일유럽의정서 체결이후 시장통합계획을 진행하면서 동시에 지역정책의 대대적인 개편과 확대를 단행하였다.

 

시장이 통합되면서 유럽연합이 시장에 부과하는 규제조치가 점증하였다. 유럽차원에서 시장규제의 목적은 회원국 간 비관세장벽을 제거하고, 유럽차원의 산업경쟁력 강화를 통해 단일 경제권을 형성하는 것이다. 그러나 초국가 차원의 규제정책은 각 지역 간 불균등한 산업발전 정도에 기인해 일종의 제로섬게임의 논리가 적용될 수 있다. 또한 규제정책은 재분배정책과 달리 서로 상이한 지정학적 이해관계를 적절히 반영할 수 없다. 따라서 유럽연합에서 시장규제가 확장될수록 지역 간 사회경제적 격차가 심화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1970년대에 들어서면서 유류파동과 통화위기로 인한 주변지역 기업들의 도산과 실업 확산, 그리고 아일랜드의 유럽공동체 가입은 빈곤지역을 확대시켰다. 유럽공동체내의 중심지역과 주변지역 간의 격차와 지역 불균형 문제는 1980년대에 그리스, 스페인, 포르투갈 등 남부유럽 3개국이 회원국으로 가입하면서 통합을 위해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로 부각되었고 공동체의 적극적인 개입 없는 지역문제 해결은 요원할 것이라는 인식이 회원국들 사이에 팽배해지기 시작했다.

이러한 인식 하에 유럽연합은 3차례에 걸쳐 지역정책의 수단인 구조기금 개혁(1988, 1993, 1999년 아젠다 2000)을 단행하면서 기금들의 통합과 효율성 증대를 위한 노력을 지속해왔다. 그러나 구조기금(Structural Fund)의 개혁에도 불구하고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유럽연합 내 중심국가와 주변국가의 지역격차는 실업률, GDP 등에서 오히려 확대되었다. 이는 첨단산업이 우선적으로 특정지역에 집중되는 것에 근본적인 원인이 있었다.

 

세부요인으로는 지역기금이 낙후지역의 발전을 촉진시키기에는 충분치 못했다는 것과 지역기금의 상당액이 상대적 부국으로도 흘러 들어간 것을 들 수 있다. 사실 남유럽 사태의 경우 임금과 물가상승에 더해 과도한 민영화로 인한 재정적자와 공공 부채가 누적된 결과로 보는 것이 대표적인 시각이다. 그러나 남유럽 사태의 근본 원인은 유럽연합의 지역정책이 통상정책, 경쟁정책과 부조화를 이루면서 진행되면서 중소기업의 붕괴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유럽연합은 유럽단일시장을 목표로 미국과 일본의 다국적기업에 맞서는 유럽 챔피언이 될 만한 기업을 육성한다는 목표 하에 1980년대 중반부터 역내 산업에 중복조정정책을 펴왔다. 그 결과 역내 기업들은 효율성 및 이익 증대를 목표로 기업간 인수합병을 활발히 진행시킴으로써 동일업종 내 기업수를 줄이기 시작하였다.

 

구조조정에 바탕을 둔 유럽연합의 경쟁정책은 통상정책으로 인해 주춤할 수밖에 없었는데, 가장 큰 문제가 무역규제에 따른 역외 다국적기업들의 역내진입이었다. 1980년대 초반 이후 공동체의 빈번한 무역구제수단의 적용으로 인하여, 이를 피하고자 일본기업들이 역내로 대거 진출하기 시작했고, 1980년대 후반에는 한국 및 대만기업들이 역내로 진입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유럽연합의 기업들의 수는 줄어들고 경쟁자인 역외기업들의 수가 상대적으로 늘어나게 되었던 것이다. 게다가 이와 같은 역외기업들의 역내유입이 가속화 된 것에는 낙후지역 개발에 초점을 둔 유럽연합의 지역정책도 한몫을 담당하였다.

 

, 낙후지역들의 발전을 돕기 위한 유럽연합의 지역정책은 그 수단인 막대한 구조기금을 경쟁정책으로 인한 구조조정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에 분배하였다. 그 결과 관련 중앙 및 지방정부들은 여타 다른 경제정책 간 긴장과 갈등 및 다국적기업의 기술적경영전략적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구조기금 쟁취전쟁에 매몰되었고, 이 전쟁의 성과물인 구조기금은 고스란히 다국적기업들에게 제공되었다.

 

이처럼 지역정책에 배정된 예산을 확보하기 위한 회원국들 사이의 갈등은 지역간 갈등을 비롯한 이데올로기적인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 또한 경쟁정책과, 산업정책, 통상정책 등 백화점식의 공동정책을 동시에 시행함으로써 유럽연합이 사회적 유럽이라는 목표와 기업주도형 시장환경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고자 하는 노력은 공동정책목표들 간의 상충성과 우선순위의 변화로 인해 일정한 한계를 보일 것이 분명하다.

출처: the Eurozone crisis (thingli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