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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의 결속력과 경제회복기금

EU정책연구소 원장 Ph.D Lee JongSue 2021. 2. 28. 09:03

유럽연합(EU)은 코로나19로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회원국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 7월 보조금과 대출 방식으로 집행될 예정인 7500억 유로(1045조 원) 규모의 경제회복기금을 조성하기로 합의한바 있다. 이탈리아, 스페인, 그리스 등 남부유럽 국가들은 무상지원의 확대를 요구했다. 한편, 2010년 초 그리스의 구제금융 신청으로 시작된 유로존 재정위기때는 이들 국가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부었음에도 EU 결속력은 오히려 약화되었다. 그 원인 중 하나는 개인중심의 지원이 아닌 지역이라는 공간중심의 지원이 낙후된 지역을 발전된 지역으로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회경제적 불평등의 원인은 지역적 불균형이고 지역불균형의 원인은 공간 중심의 투자에서 비롯되었다. 따라서 회원국들이 동의한 경제회복기금의 막대한 규모에도 불구하고 EU가 지역발전을 통한 경제성장을 이끌지는 미지수이다.

 

과거 경제위기 이후 일자리 감소는 국가별 매우 불균등한 양상을 띠었다. 스페인과 그리스에서는 실업률이 높아져 독일과는 극명한 대조를 보였다. 그 결과 상대적 부국으로의 역내 이동이 급증하였다. 그러나 젊고 기술을 보유한 사람들은 이동이 가능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는 이동이 불가능했다. 하나의 예로 이탈리아 남부지역의 경우 기술에 대한 낮은 수요는 숙련노동자가 떠나는 악순환을 초래하고 고용주들이 더 높은 기술을 요구하는 일자리를 제공하지 못하게 되었다. 결국 낮은 기술은 경제 발전을 제약하는 함정이 되었다. 이탈리아의 경우 낮은 기술 보유로 이동을 할 수 없는 낙담한 노동자들은 남부에서 더 많이 발생하는데 그 이유는 상대적으로 덜 숙련된 노동자들은 이동성이 낮기 때문이다.

 

낙후지역의 발전을 돕기 위한 EU의 지역정책은 그 수단인 막대한 구조기금을 경쟁정책으로 인한 구조조정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회원국 및 지역에 분배하였다. EU의 지역정책은 특정지역 중심의 정책인 반면, 유럽위원회가 추구하고자 하는 재분배 정책과는 거리가 있었다. 만약 결속의 조건이 개인들 간의 불평등에 있다면 재분배는 반드시 지역이 아닌 개인에게도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그러나 개인에 초점을 맞춘 지역정책은 부유한 자와 가난한 자가 혼합되어 있는 지역의 특성상 재분배를 위한 지역선정의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또한 유럽위원회가 정책목표의 대상을 개인에 둔다면 분명히 회원국들의 반대에 부딪힐 것이다. 왜냐하면 구조기금이 개인을 위해 쓰인다는 것은 역내 상대적으로 가난한 국가로의 기금분배 액수가 줄어들 것임을 쉽게 예상할 수 있다.

 

한편, 브렉시트는 EU의 결속을 위해 지역적 불균형 축소 방법인 지역정책에 대한 재고와 함께 EU 통합모델의 재평가 필요성을 제기하였다. 무엇보다 브렉시트는 EU의 모든 정책을 다시 돌아보게 하였다. 최근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유럽의 경제성장이 둔화하고 실업률이 다시 증가하고 있다. 대부분의 EU 회원국들의 생산성은 감소했고 영국도 마찬가지로 이익률과 생산성이 감소했다. 특히 영국의 경우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선도적인 개척(frontier) 지역과 낙후지역(lagging regions) 간의 생산성 격차가 증가하였다. 1995~2014년 사이에 영국 내 지역간 격차가 56%나 증가하였고 단일시장으로 인한 이득은 영국 내부에서 균등하게 분배되지 않았다. 최근 OECD는 코로나19 사태 이전 이러한 생산성 저하는 선도적 기업과 지역의 혁신 부족에 기인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결국 인구밀도가 중요한 선도적 기업이 슈퍼스타 지역과 테크허브 지역에 분산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 문제이다. 대규모 낙후지역에 대한 투자에도 오히려 선도적 기업은 슈퍼스타 지역과 도시에 더 집중되고 있다. 지역의 인구밀도는 첨단기술 스타트업 증가와 벤처 자본투자 유치에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다. 따라서 EU의 지역혁신은 북유럽과 서유럽을 중심으로 비교적 적은 수의 지역에만 집중된다.

 

EU는 지역정책의 전면적인 개혁을 꺼리고 있다. 이는 무엇보다 경제적 영향이 크다. 유로존 위기가 마침내 극복됐다는 징후가 나타나자마자 브렉시트와 연이어 터진 코로나19 사태가 확산하면서 전면적인 개혁이 어려워졌다. 코로나19와 브렉시트로 인해 혼란에 직면한 영국 지역뿐만 아니라 경제적 영향을 받을 수 있는 EU 지역의 경우, 동일한 목표와 연속성 보장이 안 된다면 EU 전체적으로 경쟁력을 잃게 될 것이다. 이에 EU다층화된 지역 거버넌스의 강화와 지역불균형 해소를 위해서는 공간뿐만 아니라 개인에도 초점을 맞춘 지역정책으로의 변화를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 이에 우리 정부도 EU가 결속력이 약해진 원인을 다각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교훈삼아야 할 것이다.

 

출처: EC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