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 논문 및 미발표 논문

사회적 책임의 확대적용

EU정책연구소 원장 Ph.D Lee JongSue 2021. 4. 8. 12:56

유럽은 현대 경제가 출발한 공간이며 동기에 기업문화와 기업윤리에 대한 논의가 가장 많이 진행된 장소이다. 또한 유럽은 자본주의, 신자유주의로 대변되는 미국에 비해 사회민주주의라는 기조 속에서 사회와 기업간의 관계에 대한 깊은 고찰을 통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논의가 심도 있게 진행되어 왔다. 기업에서의 사회적 문제와 관련 있는 경영의 하위분야로서 가장 오래된 주제 중 하나이다.

최초의 기업의 책임과 관련된 연구는 산업화와 함께 등장했다. 초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19세기 노동자들의 소요나 사회적 동요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피고용인에 대한 복지정책의 일환으로 시행되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1930년대 대공황시기를 거치면서 중요한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게 되었고 본격적인 논의는 20세기 들어 미국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이후 이에 대한 논의는 1980년대 중반부터 다각적으로 정당성을 인정받았고 1990년대 초에는 사회적 책임에 대한 관심이 투자기관과 일반인들에게까지 확대되었다.

기업이 국가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고 영향력이 확대됨에 따라 사회는 기업에게 경제적 책임과 법적 책임 이외에 추가적으로 윤리적 책임자선적 책임을 요구하게 되었다. 특히 최근들어 급속히 전개되고 있는 시민단체의 활동과 정보화의 요구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인식을 제고시킴과 동시에 윤리적 책임과 자선적 책임을 강하게 요구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기업의 윤리적 책임은 아직 법적 강제성을 띠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사회가 기대하고 요구하는 바를 충족시킬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기업은 기업의 모든 이해관졔자인 소비자, 내부 이해관계자, 외부 이해관계자 등의 기대, 기준 및 가치에 부합하는 행동을 할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이와 연계하여 기업의 자선적 책임은 자발적인 책임의 수행, 경영활동과는 직접 관련이 없는 문화활동, 기부, 자원봉사 등을 의미한다. 이 자선적 책임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의 모습이다.

이처럼 오늘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그 정의가 단순한 가치의 개념 정의로 마무리 지어지는 것이 아니라 ISO26000 등 국제 사회의 규제로 이어지는 경향을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EU와 북미 중심의 이러한 사회적 책임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와 확대 적용은 우리 기업에 있어서는 비관세장벽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Mária Antošsová, Adriana Csikósová, 2015: 733-737).

사회적 책임이란 원칙적으로는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경제적, 환경적, 윤리적 책임을 다함으로써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EU는 한-EU 자유무역협정의 무역과 지속가능발전 장ILO 핵심 협약 비준을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한다는 조항을 들어 정부간 협의를 요청해왔다. -EU FTA의 무역과 지속가능발전(13)은 노동과 환경 분야 의무 가운데 하나로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EU는 우리 정부에 ILO 핵심 협약(8) 중 아직 비준하지 않은 4개 협약의 비준 문제를 제기했다. 한국과 EU는 한-EU 자유무역협정 체결 시 ILO 핵심협약 비준 약속했다. 한국은 1991ILO 정식 회원국이 됐지만, 핵심협약 8개 가운데 결사의 자유(87, 98)와 강제노동 금지(29, 105호 협약)에 관한 협약 등 4개는 미비준 상태이다.

EU가 전문가 패널 소집 요청 조짐을 보이자 정부는 지난 5ILO 핵심협약 4개 가운데 3개의 비준 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한다는 방침을 밝히고 EU 측에도 설명했다. 그러나 결국 EU201974일 한국의 노동 기준에 대한 오랜 우려를 다루기 위해 패널을 요청했다. 20191월 공식 정부 협의 후 한-EU FTA 따른 중재 절차의 두 번째 단계 시작되었다. 우선 정부간 회의가 진행되고 여기서 결론이 나지 않으면 무역과 지속발전 가능위원회를 소집해 논의한다. 90일간의 회의에서도 결론이 나지 않으면 EU와 한국, 그리고 제3국 전문가 6명의 패널이 구성되어 사안 검토 후 권고를 담은 보고서를 발간하게 된다. 전문가 패널이 한국의 한-EU FTA 위반 결론을 내리면 한국은 FTA 역사상 처음으로 노동 조항을 위반한 '노동권 후진국'의 낙인이 찍힐 가능성 존재하고 이는 기업의 투자 회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처럼 EU가 한국의 ILO 핵심 협약 미비준을 비관세장벽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7> 한국의 ILO 핵심협약 비준상황

분야

협약

연도

비준국가

한국비준현황

결사의 자유

87호 결사의 자유와 단결권의 보장협약

1948

155개국

X

98호 단결권과 단체교섭권 협약

1949

166개국

X

강제노동금지

29호 강제노동협약

1930

178개국

X

105호 강제노동철페 협약

1957

175개국

X

차별금지

100호 동등보수 협약

1951

173개국

O(1997.12)

111호 차별(고용과 직업 협약

1958

175개국

O(1998.12)

아동노동금지

138호 최저연령 협약

1973

171개국

O(1999.1)

182호 가혹한 형태의 아동노동 협약

1999

186개국

O(2001.3)

*자료: 김근주(2017), ILO 핵심협약 비준의 쟁점, 월간 노동리뷰, p. 3.

 

한편, EU와 베트남은 2019630일에 자유무역협정(FTA) 및 투자보호협정(IPA: Investment Protection Agreement)에 서명하였다. 해당 협정은 당초 2017년 비준 후 2018년 초 발효될 예정이었으나 EU가 베트남에 ILO 노동규약 가입을 요구하는 등 베트남 노동권 보장 문제로 비준 절차가 지연되어 2019년 말 비준 및 발효될 것으로 예상된다. 베트남은 EU16번째 교역 상대국이자 동남아국가연합(ASEAN)에서 싱가포르에 이어 EU의 두 번째로 큰 거래 파트너이다. 해당 협정은 EU가 아세안 10개국 중 싱가포르 이후 두 번째로 맺은 협정이다. 해당 협정으로 EUFTA 발효 즉시 84% 품목에 대해 관세가 철폐되고 7년에 걸쳐 99%까지 철폐될 예정이다. 베트남은 65%의 품목에 대해 즉시 철폐 및 그 외 품목에 대해서는 10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철폐된다. EU는 베트남과의 FTA 체결 조건으로 결사의 자유 보장등 노동 관련 기준에 베트남 국회 차원에서 보증을 요구하였다. 따라서 EU-베트남 FTA 발효를 위해서는 베트남 국회가 ILO 8개 핵심 조약 중 3개 조약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에 관한 조약, 단결권 및 단체교섭권에 대한 원칙의 적용에 관한 조약, 강제노동의 폐지에 관한 조약)에 대하여 동의하여야 해야만 한다. 이처럼 EU는 사회적 책임의 확대를 역외국들에게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한-EU 자유무역협정 이후에도 우리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EU의 공공조달 부문은 EU GDP의 약 14%를 차지한다. 공공조달의 주체인 관청은 EU25만개가 있다. 이들의 조달국은 현재 다양한 공급업체와 하청 협약을 체결하고 있으며, 공급업체 등록 과정에는 환경적(eco-friendly), 윤리적(ethical), 사회적(social) 측면이 우선적으로 고려된다. 윤리적, 사회적 기준은 확연히 눈이 띠거나 구입한 상품의 성격을 반영하지는 않지만 공급형태를 바꿀 수도 있는 상당히 중요한 이슈이다.

사실상 사회적, 윤리적 구매는 공공기관이 오랫동안 사회정책들을 지원하기 위하여 사용해 온 전통적인 경제적 도구이다. 그러던 것이 오늘날에 와서는 국제무역협약의 확산, 무역자유화, 반보호주의(anti-protectionism)에 대한 규정과 함께 구매 관련 사회적 조항이 비관세장벽으로 작용하기 시작하였다. 윤리적 혹은 사회적 구매로 인한 금전적 이익을 수량화하기도 어렵지만 문제는 윤리적 혹은 사회적 구매에 대한 고려가 비관세장벽으로 작동하는지 여부를 증명해내기가 쉽지 않다는데 있다.

 

출처: Microsoft Word - IJM_08_01_015 (iaem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