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 논문 및 미발표 논문

EU 대북정책의 역사

EU정책연구소 원장 Ph.D Lee JongSue 2021. 4. 16. 14:03

1970년대 이후 북한이 경제실리외교를 추진함에 따라 유럽 국가들과의 관계는 서서히 개선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북한은 무역적자, 외채상환 불이행과 밀수사건 등으로 국제적 신용을 잃게 되었다. 그 결과 북한과 서유럽 국가들과의 관계는 기대했던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그러던 중 1980년대 말 냉전의 종식과 공산권 국가들의 체제가 붕괴되었다. 이에 북한은 국제적 고립탈피를 통한 체제유지와 경제발전을 위해서 전방위 외교를 추진하였다. 그러나 북한의 과거 행적이 대서방외교 확대에 제약요인으로 작용하였다.

탈냉전 이후 EUEU의 경제 및 정치통합과정의 심화와 확대과정에서 EU의 내재적 가치를 실현하고 동질성을 확인하는데 대북협력정책을 좋은 기회로 활용하려 하였다. 그러나 EU와 북한간의 관계는 여러 가지 이유로 냉전시대의 동유럽-북한 관계와 같은 정치적으로 긴밀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지는 않다. 그 이유는 첫째, 북한의 핵과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 개발과 인권문제 등으로 인해 양자간 관계를 발전시키는 데 한계를 노정하였다. 듈째, EU는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시아 국제정치에서 상대적으로 중요한 행위자로 간주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러나 2000년대 초반 EU 북한에게 요구한 인권문제 개선과 관련한 정치대화를 수용한 것은 대미 견제장치로서 뿐만 아니라 북한의 고립탈피를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여기에 북한의 식량난은 EU의 관계회복을 절실히 필요로 하였다. EU 북한과의 인권대화를 통해 북한을 국제사회로 편입시키는 데 기여하겠다는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

EU의 대북정책은 미국의 대북한 강성권력 확산정책과는 달리 연성권력 확산의지를 갖고, 동시에 한국의 포용정책과 달리 보편적 원칙을 준수하면서 북한 사회의 개선을 요구하는 비판적 포용정책을 추구했다. 말하자면 급격히 변화하는 국제환경에 따른 미국의 적극적인 국제질서 재편전략과 생존을 추구하는 북한의 대외전략을 관망하면서 대북협력과 고립이라는 상반된 가치를 적절히 혼용하는 양상을 보여준다.

EU의 포용정책과 한국 정부가 추구했던 포용정책에는 차이가 있다. EU 한국의 대북한 포용정책 실행방식의 차이점은 EU의 경우 포용정책에 분명한 조건을 부여한다는 점이다. 하나의 예로 북핵문제가 불거진 다음에 개최된 2003년 일반이사회에서는 EU는 북한과 국제사회와의 향후 관계는 북한측이 얼마나 신속하고 검증가능하게 북핵 문제를 해결하느냐에 달려 있음을 강조했다. 북한에 대한 조건 부여는 반드시 핵문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인권개선, 핵비확산, 외부지원에 대한 주민들의 접근성 개선, NGO 활동여건 개선, 북한 경제의 개방과 구조적 개혁 등 북한 내부의 개선 정도에 상응하여 북한에 대한 전반적인 지원을 늘리겠다는 것이 EU의 기본방침이었다.

EU 대북정책의 주요 전개 방향을 북한과 수교전인 200134일 대북전략보고서를 통해 분명히 제시하고 EU 회원국들의 대북정책 추진시 참고하도록 하였다. EU 인권존중, 민주주의, 법의 통용이라는 일반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북한에 대한 지속적인 경제사회적 발전, 세계경제 편입, 빈곤퇴치를 협력 목표로 설정하였다. 특히 인권, 대량살상무기 비확산, 남북한 화해, 북한경제구조개혁 등과 관련한 북한당국의 협조 여부에 따라 EU의 지원 여부를 결정하기로 하였다. 그러나 북한당국이 인권문제 이외에 핵문제, 경제정책 등에서 주변국들과 국제사회에 가시적인 성과를 제공하지 못하게 되자 EU는 대북지원 중단과 동시에 UN 등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통한 대북 인권압박을 강화하였다.

요컨대 인권문제는 EU에게는 타협할 수 없는 원칙의 문제이다. 민주주의의 확산, 선정, 법치, 핵비확산 등도 EU 추구하는 중요한 가치에 속한다. 따라서 EU에게 있어서 이러한 중요한 가치와 북한의 개선을 도모하는 정치대화와 경제지원의 연계는 당연한 것이다. EU 2002년 북핵 문제가 다시 불거지자 대북한 기술지원, , 개발원조 제공 계획을 중단시킨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한편, EU는 북한의 가장 취약한 계층에 대한 식량 지원과 보건 서비스 개선, 깨끗한 식수와 위생 시설 접근성 개선 등에 초점을 맞춰 1995년부터 북한에 인도적 지원은 제공했다

EU의 대북 기본전략인 당근과 채찍정책에서 인도적 지원은 전형적인 당근정책에 해당한다. 인도적 지원정책은 완전히 정치와 분리되어 실행되어 왔다. 지속적인 인도적 지원정책 기조는 대북정책 목표의 실현을 구체화하기 위한 필수불가결한 수단이라 할 수 있다. NGO들에 의해 수행된 대북지원 방식도 매우 중요한 대북정책 자원이다. 회원국들에 의한 양자간 지원 프로젝트 또한 EU에게 있어서는 매우 중요한 대북정책 자원이고 고위급 정치대화도 매우 중요한 수단이다. 그러나 EU-북한 정치대화는 20156월 이후 중단되었다.

한편, EU 엄격한 지원정책과 더불어 새로운 제재조치를 병행하였다. EU의 대북정책은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자원을 활용하는 비판적 포용정책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비판적 포용정책은 개별 회원국들에게도 적용되어 회원국가 차원에서의 개발지원은 지속하였다(Berkofsky 2010, 3-5). 그러나 최근 들어 EU의 대북지원정책은 양적, 질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무엇보다 EU 북한에 대해 엄격한 제재조치를 취하는데 주저함이 없고 미래 이익을 위한 대북지원정책도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과거 EU는 미국과 UN의 제재로 인해 공식적 지원규모는 줄이는 대신, 보충성의 원칙을 적용하여 회원국 차원의 초국적 기업을 통한 대북투자는 늘렸다. 이는 첫째, 북한의 광물 및 지하자원에 대한 선점, 둘째, 기간산업 선점, 셋째, 시장 확대를 대비한 포석의 차원에서 해석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목적의 EU의 대북정책이 변화하고 있다. 어떤 식으로 변화하고 있는지를 조망해 보는 것이 본 연구의 목적 중 하나이다.

EU의 대북정책과 관련된 연구들은 주로 인도적 지원에 관한연구, 북한 인권정책에 관한연구, 북핵 인식에 관한 연구에 집중되어 있다. EU는 유로존 위기와 브렉시트, 최근의 코로나19 사태에 이르기까지 상당한 위기를 겪었고 겪고 있는 중이다. 2020EU에 새로운 집행위원회가 들어섬에 따라 대북정책에도 분명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EU의 대북정책은 EU-아시아 관계의 토대위에서 수립되었다. 비록 EU 북한과의 관계에서 즉시 얻을 수 있는 이익은 없을지라도 아시아전략이라는 거시적 목표를 놓고 본다면 EU에게는 대북지원이 충분한 동기와 이익을 줄 수 있다. 첫째, EU EU-아시아 차원에서 공동정책을 수행하고 한반도에서의 평화구축과 관련한 안보문제에 개입함으로서 국제적 지위와 외교적 영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둘째, 북한의 경제회복과 인권을 지원함으로써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 내는데 EU 중요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EU 아시아 지역에서의 경제적 비중 강화, 지역 안정, 빈국과 낙후된 지역들의 경제발전, 민주주의와 법치 및 인권신장 등의 목표를 위해 새로운 전략을 수립하였다. 전략 수립 이후 EU 아시아를 이전보다 훨씬 중시하고 경제협력관계를 한층 강화할 뿐 아니라, 이 지역에서의 정치적 문제와 안보문제에까지도 관여하겠다는 의사를 공식적으로 표명하였다. 특히 아시아와의 정치대화 주제의 하나로 제시한 군비통제와 핵비확산 문제와 관련하여, 고착상태에 있는 북한과 미국의 핵협상 타결 및 경제협력의 가능성은 EU에게는 북한은 물론 아시아와 유럽이 협력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이기도 하다.

최근 유로존 경기는 2014년 이후 점진적 회복 추세를 나타냈었으나 브렉시트(Brexit),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확산, 코로나 19사태 따른 대외적 여건이 악화되고 독일을 중심으로 경기둔화세가 두드러지면서 통합이 위협받고 있다. 이에 EU 결속정책(cohesion policy) 강화의 수단으로 국경도시간 협력을 비롯한 대도시들간 연합을 지원함으로써 국제적 영향력이 약화된 EU의 분열을 막으려 하고 있다. 유럽공동체에 소속감을 들게 하는 것은 국가 하위 차원의 행위자인 도시들이다. 하위정부차원에서 EU의 정체성을 향상시킨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글로벌 경제와 통합된 시장에서는 국경을 넘어 자유로운 자본의 이동과 투자가 가능하므로 국가마다 경쟁우위를 점하려는 노력이 치열하다. 이러한 경쟁우위를 확보하려는 전략을 효과적으로 구사하려면 국가뿐만 아니라 지역 및 도시차원의 투자유치를 통해 생산시스템의 우위를 점해야 한다. 따라서 국제적 경쟁에 노출된 EU 내 주요 도시들은 공동체 차원의 지원과는 별도로 독립적인 시스템 운영과 도시간 연합을 통한 경제발전 정책을 선택하게 되었다. 만약 미국과 북한의 협력이 가시화 된다거나 비핵화 합의시 EU는 공동체, 회원국, 하위정부 차원의 대북 다층적 협력을 할 가능성이 있다.

최근까지 EU의 대북정책은 북한의 적극적 공세의 결과라기보다는 신아시아 전략의 큰 틀 속에서 진행되었다. EU이 북한과의 외교정상화를 통해 개별 회원국 차원에서 공동체 차원으로 대북정책을 수렴시킨 것은 EU의 심화와 확대 속에서 나타난 내적 갈등 요인과 외적 위험요소를 분산하기 위함이었다. , EU의 대북 정책의 이면에는 아시아 지역에서 자신의 정치경제적 위상을 제고하려는 의도와 더불어 EU의 정체성을 확인하려는 의도가 있었다. 본 연구가 갖는 선행연구와의 차별성은 2020EU에 새로운 집행위원회가 들어서고 북미관계 진전 등 대내외적 변화에 따른 EU의 대북정책 변화가능성을 분석하고 예측하는 것이다. 특히 EU의 대북정책인 비판적 포용정책다층적 포용정책으로의 변화가능성을 분석하고 이를 대한반도 통일 정책에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자 했다.

 

출처: North Korea (DPRK) | European Civil Protection and Humanitarian Aid Operations (europa.e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