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 논문 및 미발표 논문

유럽연합(EU)의 대북정책- ‘비판적 포용정책’의 변화가능성에 관한 연구

EU정책연구소 원장 Ph.D Lee JongSue 2021. 4. 16. 14:01

6차례에 걸친 북한의 핵실험, 지속적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실험은 국제사회에 심각한 도전으로 인식되었다. 유례없는 대북제재가 가해졌고 한반도 전쟁 위기설이 불거졌다. 최악의 남북 및 북미관계가 전개되는 가운데 2018년 신년사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평창 올림픽 참가의사를 나타냈고, 이와 더불어 정상회담 제안, 핵문제 해결 등 한반도 문제 해결 의지를 표명하였다. 이후 남북 고위급 회담이 개최되었고, 마침내 역사상 세 번째 남북정상회담이 판문점(2018.4.27)에서 개최되었다. 그리고 한 차례 더 판문점에서 남북 정상 간 만남(2018.5.26)이 이루어진 후, 평양에서 역사상 다섯 번째 정상회담이 개최(2018.9.18)되었다. 또한 사상 처음으로 북미정상회담이 개최(2018.6.12)되었을 뿐만 아니라, 두 번째 만남도 성사(2019.2.27)되었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북핵 문제 해결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 결과 최근에는 과거 6자회담의 실패를 교훈 삼아 6자회담또는 아시아 및 유럽 국가가 참여하는 북핵 다자회담+α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북한 비핵화를 비롯해 다양한 한반도 문제, 구체적으로는 서해 NLL, 이산가족, 국군포로, 한국전쟁 참전자 유해 발굴,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북한 경제재건 문제 등 원활한 해결을 위해 새로운 행위자가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한반도 문제에 대한 새로운 행위자 등장 또는 존재는 문제해결을 더욱 어렵게 할 가능성이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그럼에도 포스트 비핵화(비핵화 이후)’ 시대 준비를 위한 새로운 프레임을 만들 수도 있을 것이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면이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오랜 갈등의 역사와 그로 인한 통합을 경험하고 있으며, 나아가 강력한 정치·경제적 힘을 보유하고 있는 유럽연합(the European Union, 이하 EU)은 북핵 및 한반도 문제 해결의 중요한 행위자가 될 수 있다. 특히 EU의 독특한 문제 해결 방식인 다층화 된 외교 접근은 한반도 문제 해결에 많은 정책적 함의를 제공한다. EU는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양자 간 협상 방식을 통해 접근하고, 이후 정치적 합의가 이루어지면, 보충성의 원칙(principle of subsidiarity)에 따라 공동체와 회원국 차원의 다층적 해결방식을 동원한다. 예를 들어 북한 문제의 경우 공동체 차원의 제재와는 별도로 회원국 차원에서는 교역이 지속될 수 있었다. 현재 EU는 아시아(국가)를 공동체 발전 및 성장에 필요한 공간(행위자)으로 인식하고 있다. EU는 아시아 국가들과의 안보·군사·외교협력이 그들의 지위를 향상시킬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 특히 EU는 아시아 지역의 안보, 평화, 인권 등의 문제에 개입함으로써 그들의 이익이 확대되는 것을 기대하고 있다. EU에게 있어 한반도 문제 해결은 공동외교안보정책(CFSP: Common Foreign Security Policy)을 실현시킬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EU의 대북정책 이면에는 아시아 지역에서 자신의 정치·경제적 위상 제고와 더불어 정체성을 재확인하려는 의도가 깔려있다. 2000년대 초 서유럽 국가들에 비해 열악한 인권상황에 놓여 있던 중동부 유럽 국가들의 EU 가입은 북한의 인권문제를 부각시켰고, 이는 신규 회원국들의 인권상황을 개선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중동부 유럽국가의 인권 문제는 유럽통합(European Integration)과 관련해서는 부정적 측면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이유로 유럽시민권(European Citizenship) 제도의 필요성 문제에서 인권 문제는 자연스럽게 강조되었다. EU 인권에 대한 강조는 중동부 신규 EU 가입국들의 인권향상과 더불어 북한 주민의 인권문제로까지 확대될 수밖에 없었다. 이는 결국 북한의 EU에 대한 긍정적 시각의 변화를 가져왔다.

2000년대 후반부터 시작한 EU의 대북정책인 비판적 포용정책은 부분적으로 실패한 정책이라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Fitzpatrick 2012, 1-15). 한의 핵 및 미사일 프로그램은 꾸준히 진보했으나 북한의 인권상황은 개선되지 않았다. 동시에 EU의 외교적 역량과 관련해서 EU 회원국들의 중재자 역할은 상당히 감소했다. 따라서 EUEU이사회, 집행위원회, 유럽의회, EU 회원국 등 유럽의 다양한 행위자들이 다차원적 차원에서 대북정책에 따른 그들의 이익에 대한 재고가 필요하다. EU의 대북정책은 비판적 포용정책에서 다층적 포용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 새로운 입장은 전략 발표와 북한에 EU특별대표의 임명을 통해 조정을 강화함과 동시에 다층적 접근을 통해 이미 실행하고 있는 대북정책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

 

출처: It’s Time for the European Union to Talk to North Korea: A Comment | 38 North: Informed Analysis of North 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