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 논문 및 미발표 논문

코로나19와 통상환경 변화

EU정책연구소 원장 Ph.D Lee JongSue 2021. 4. 12. 10:14

코로나19는 통상환경을 변화시키고 있다. 리쇼어링 확대에 따라 국가의 주요 기업들은 자국 중심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을 추진하고 있다. 제조업 진입이 과거에 비해 쉬워지면서 경쟁구도는 갈수록 복잡해질 전망이다. EU도 기업의 과도한 아웃소싱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의존 심화가 회원국 제조업의 경쟁력 약화를 초래해 무역, 투자, 고용 등에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또한 생산시설의 해외 이전으로 인한 제조업 공동화가 산업 공동화를 촉발시킨 것으로 보고 EU 차원의 본격적 리쇼어링 추진계획을 마련할 예정이다.

EU 회원국들은 제조업이 기술 혁신을 통한 경제성장, 일자리 창출, 국가안보 등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며 특히, 제조업 현장에서 발생하는 '기술혁신'을 통한 경제성장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최근 유럽의 글로벌 기업은 중국산 위주 부품 소싱에서 벗어나 소싱 다변화 추진 중에 있으며 현지 생산기반 소싱에 대한 글로벌 기업의 선호도 증가하고 있다.

독일, 프랑스 등 EU 회원국들에서는 공급망의 탄력성을 높이면서 향후 공급 병목 현상을 피하기 위해 회사의 국제 생산 아웃소싱 접근 방식을 재고 할 것을 EU 집행위원회에 요구했다. 예를 들어, 브뤼노 르메르(Bruno Le Maire) 프랑스 재정경제부 장관은 EU 차원의 주권독립공급을 보장하기 위해 가치 사슬에 대한 접근 방식을 재고 할 것을 촉구했다.

이러한 주권 또는 국가 공급망에 대한 요구는 기업들이 전 세계로의 생산시설 이전을 재고해야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과거에는 기업이 자산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아웃소싱을 함으로써 비용을 최소화하고 재고를 줄이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는 생산 위치에 대한 결정을 경제적 요소에만 초점을 두는 것은 너무 단순한 결정일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기업이 생산시설 이전과 관련한 위치선택도 기업 평가에 적극 반영 될 것이다. 또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 이행부문에 리쇼어링이 강조될 것이다. 이처럼 국가의 역할이 확대됨에 따라 EU 기업들에게 필요한 자원을 EU와 회원국가 차원에서 부분적으로 통제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는 회사의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의류산업의 경우 5년 전 중국 인건비가 이탈리아의 1/5 이었지만 현재는 3/5 수준에 불과하다. 선진국-개도국 간 임금격차의 감소와 선진국의 제조업 부활이라는 관점에서 리쇼어링의 필요성이 증가하고 있다. 또한 스마트 공장의 등장으로 선진국도 제조기지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열렸다. AI의 발전으로 저임금에 의존하지 않는 생산비용 절감, 품질재고, 대량 맞춤형 생산이 가능해졌다.

특히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대응차원에서 유럽 내 강제 디지털화가 진행되고 있다. B2B 부분에서는 5G 이동통신 서비스 상용화, AI 및 빅데이터를 활용한 디지털 전환 등 정부주도의 4차산업 지원정책이 가속화 할 것이다. 따라서 5G 본격 추진과 함께 VR(가상현실), AR(증강현실) 관련 제품 및 콘텐츠, 홈코노미 산업, 스마트 팩토리 등 AI관련 수요가 급증할 것이다. EU 코로나19 2차 유행 가능성을 대비해 의료산업 투자를 대폭 증가시킬 예정에 있다. 기업들은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공급망 다각화를 시도할 것이므로 한국 기업들에 있어서는 코로나19가 유럽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미국의 경우 중국으로부터의 제조품 수입이 감소하는 등 제조업 가치사슬에서 탈 중국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으며 베트남 등 여타 저임금 아시아 국가 및 멕시코로 빠른 전환이 일어나고 있다. 즉 코로나 사태로 ‘Offshoring’에서 ‘Nearshoring’으로 전환하는 현상도 목격되고 있다. 또한 빠른 경제회복을 위해 유럽의 기업들도 공급체인 맴핑(mapping)과 리스트 관리 재편을 통해 공급망 다각화와 유연화 전략이 진행 중에 있다.

공급망 다변화는 중국 외에 국가들에게 기회로 작용할 것이고 그 유력한 후보군은 인도 등 남아시아와 동남아시아이다. 이는 거대 인구로 소비시장의 잠재력이 있으며 노동인구의 공급도 풍부하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면서 제시하는 아시아 중심전략도 남아시아와 동남아시아를 의식하고 있는데 이런 미국의 우호적인 지역정책과 맞물려 EU도 합세할 가능성이 높다.

공급망의 실질적인 국유화 또는 지역화는 세계 경제에서 공급업체의 다각화를 추가로 줄이고 위험을 감수하고 개발도상국과 신흥 경제국, 특히 동남아시아 이외의 국가에서 글로벌 공급망 관련 자본 흐름 및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기회를 줄인다. 국제 시장, 인적 자본 및 지식. 이러한 발전은 개발도상국의 산업화 노력에 상당한 타격을 줄 것이며 지난 몇 년간 많은 개발도상국에서 기록된 사회경제적 발전을 방해할 가능성이 있다.

글로벌 공급망의 붕괴로 야기된 분업구조 약화와 역글로벌화 추세강화에 따라서 한국이 제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2021년 세계 제조업은 추세와 변화 측면에서 3가지 흐름에 맞닥뜨려 있다. 첫째, 중장기적 제조업 경기하강 국면이 이어지는 가운데 미약한 반등 정도만 기대해 볼 수밖에 없다. 둘째, 지난 반세기 동안 유지되어온 글로벌 공급망의 붕괴가 가속화되고 있다. 셋째, 역글로벌화라는 새로운 추세가 시작되는 변곡점에 있다. 우선 한국은 현재 제조업이 보유한 경쟁력을 연계 서비스 산업으로 확장해 부가가치를 높이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경쟁력 있는 기업들이 고부가가치 영역으로 비즈니스를 확대할 경우 국내 제조업 전체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 기초원천 기술영역, 소재부품 영역, 스마트공장과 같은 생산 고도화 영역, 스마트물류와 같은 제조업 연계 고부가 서비스 영역 등이 그 예이다.

글로벌 공급망에 따른 분업구조 약화, 권역별 수급 강화라는 새로운 흐름을 적극 반영해 새로운 공급처와 수요처를 발굴해야 한다. 글로벌 시장의 분업구조가 깨진다는 것은 곧 새로운 기회와 고객이 생긴다는 의미다. 일례로 2019년 한일 무역전쟁이 벌어지자 전 산업의 역량과 관심이 소재·부품·장비영역의 자체 수급 강화와 다변화에 집중됐다.

가장 각광받는 분야는 의료산업이다. 독일의 경우 35억 유로를 의료용 보호장비, 백신개발 및 기타의료서비스에 투자할 의지를 밝혔고. 스페인의 경우 38억 유로를 바이러스 백신개발 지원 및 응급의료물품 및 서비스에 투자할 것이다. 유럽 주요국 모두 유사한 정책을 발표한바 유럽 위생방역지원 강화를 위해 수백억 유로의 투자가 이루어질 것이므로 이 시장에 대한 진입이 필요하다.

중장기적으로는 유럽의 디지털화 흐름을 놓쳐서는 안된다. 유럽은 현재 강제 디지털화 추세가 강해지고 있다. 따라서 AI 및 빅데이터를 활용한 디지털 대전환 등 정부 차원의 ‘4차 산업지원 정책이 가속화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5G 서비스 본격 추진과 함께 VR, AR 관련 제품 및 콘텐츠, 홈코노미 산업, 스마트팩토리 등 AI 관련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재편을 계기로 친환경차 부품, 소재, 장비 중심으로 신규 협력 수요가 예상되는바 중장기적 관점에서 EU 역내 생산체계 진입에 미리 대비해야 할 것이다. 또한 코로나19 사태로 유럽기업의 파산이 19%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우리 기업의 현지 생산기지 투자진출 및 M&A를 통한 역내밸류체인 진입도 적극 고려해야만 한다.

한국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미중 경제 패권전쟁의 심화가 선택의 자율성을 높일 수 있는 기회일 수도 있다. , 미국이나 중국이 자국 중심의 세계관으로 국제질서를 구상하고 유럽내 자기편을 만들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코로나19의 확산세가 둔화됨에도 불구하고 중국으로서는 야심차게 추진했던 일대일로가 동력을 잃었다. 따라서 아시아-유럽물류/교통망 구축은 상당기간 재건하기 어려울 것이다. 유럽은 선택하는 입장에서 선택받는 입장으로 변환되었기 때문에 한국과의 협력가능성이 오히려 높아진 측면도 있다.

출처: Do yr best! Man proposes, God disposes. (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