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 논문 및 미발표 논문

유럽연합(EU)의 공동정책상충성에 관한 연구

EU정책연구소 원장 Ph.D Lee JongSue 2021. 6. 15. 09:22

유럽연합(EU)27개 회원국, 202111일 기준 4억6천만 명 인구를 가진 세계 최대의 경제블록이며, 국내총생산(GDP)과 무역액, 그리고 단일통화인 유로(Euro)화의 국제 유통량 등 경제 영역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경제적 성과의 이면에는 공간 확대가 초래한 적지 않은 부작용을 감수해야 한다. 지역간 격차와 불평등에 따른 상당한 문제가 표출되고 있으며, 특히 정책집행 과정에서 비효율적이고 민주적이지 못한 데서 합의도출을 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 정책결정과정에서 사적행위자들의 기반확보는 2000년 이후 유럽연합의 정책을 결정하는 행위자들 사이에서 규제자본주의에 대한 선호가 신자유주의 경향으로 전환되는 계기가 되었다.

신자유주의와 세계화의 물결은 유럽연합으로 하여금 시장의 개방과 신경제의 도입을 서두르는 방향으로 선회하게 되었다. 이로 인한 노동시장의 유연화, 경쟁정책의 국제표준화 등 형평성보다는 효율성에 비중을 두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해 왔다. 또한 유럽연합은 효율성 우선정책으로 인한 대중의 반발을 의식하여 회원국 간 경제 및 사회적 결속을 위한 지역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지역정책의 주된 목적과는 달리 기금수혜지역 결정이 정치적으로 결정됨에 따라 수혜대상지역이 확산되면서 자금이 집중적으로 쓰여야 할 지역에 집중적 지원을 하지 못했다. 특히 지역정책 수단인 구조기금이 사회간접자본의 투자에만 집중되면서 수차례의 개혁에도 불구하고 중복투자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되었다.

최근 유럽통합과정과 관련해 가장 중요한 문제 중 하나로 부각되는 것은 유럽연합 차원의 사회문제 해결방안과 더불어 지역 간 발전격차의 심화 문제의 해결방안이라 할 수 있다. 유럽연합의 지역정책은 공동체내 저개발국가 및 저발전지역의 후진성을 줄임으로써 회원국 경제의 조화로운 발전을 모색하기 위한 수단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인식 하에 유럽연합은 3차례에 걸쳐 지역정책의 수단인 구조기금(Structural Fund) 개혁(1988, 1993, 1999년 아젠다 2000)을 단행하면서 기금들의 통합과 효율성 증대를 위한 노력을 지속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90년대 이후 유럽연합 내 중심국가와 주변국가의 지역격차는 실업률, GDP 등에서 현 상태를 유지하거나 오히려 지역격차가 심화되었다. 이런 원인은 첨단산업이 특정지역에 집중되는 것에서 찾아볼 수 있다. 즉 세부요인으로는 지역기금이 낙후지역의 발전을 촉진시키기에 충분치 못했다는 것, 지역기금의 상당액이 상대적 부국으로 유입된 것, 그리고 지역기금이 공공투자에 약 60%만 사용되었고, 나머지 40%는 공공소비와 세금감면 등에 사용된 것을 들 수 있다(Juan González Alegre, 2012: 1-21).

무엇보다 유럽연합의 지역정책은 통상정책, 경쟁정책과 부조화를 이루면서 진행되었다는데 문제가 있었다. 유럽연합은 유럽단일시장을 목표로 미국과 일본의 초국적기업에 맞서 유럽 챔피언이 될 만한 기업을 육성한다는 목표 하에 1980년대 중반부터 역내 산업에 중복조정정책을 펴왔다. 그 결과 유럽연합 내 기업들은 효율성 및 이익 증대를 목표로 기업간 인수합병을 활발히 진행시킴으로써 동일업종 기업수를 줄이기 시작하였다. 단지 살아남은 소수의 기업들은 경쟁력 회복 및 R&D 투자를 성공적으로 하였다. 그러나 소수의 기업만으로는 침체된 지역의 경쟁력을 회복시키는 데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유럽연합 차원의 지역정책 이외의 보조금은 지급할 수 없는 구조가 형성됨으로써 국가 챔피언을 만들려는 회원국정부의 노력은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

한편, 구조조정에 바탕을 둔 유럽연합의 경쟁정책은 통상정책으로 인해 주춤할 수밖에 없었다. 가장 큰 문제는 비관세장벽을 포함한 무역규제에 따른 초국적 기업들의 역내진입이었다. 1980년대 초반 이후 공동체의 빈번한 무역구제수단의 적용으로 이를 피하고자 일본기업들이 역내로 대거 진출하기 시작하였다. 1980년대 후반에는 한국 및 대만기업들이 역내로 진입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유럽 기업들의 수는 줄어들고 경쟁자인 역외기업들의 수가 상대적으로 늘어난 것이다. 이와 같은 역외기업들의 역내유입에는 낙후지역 개발에 초점을 둔 유럽연합의 지역정책도 한몫을 담당하였다. 지역불균형을 감소시키기 위한 지역정책의 수단인 구조기금을 경쟁정책으로 인한 구조조정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에 분배하였다. 그 결과 관련 중앙 및 지방정부들은 다른 경제정책과의 갈등 및 기업의 기술적경영전략적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구조기금 쟁취전쟁에 몰입되었고, 이 전쟁의 성과물인 구조기금은 고스란히 초국적 기업들에게 제공되었다(이상헌, 1999).

라서 지역정책을 통상정책, 경쟁정책과 동시에 추진할 경우, 경쟁정책은 충실히 이행되기 어렵게 되었다. 경쟁법규에 따르면 경쟁정책이 통상정책이나 지역정책에 비해 우선적 지위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경쟁정책을 시행하는 데 있어 오히려 지역정책적 또는 통상정책적 고려가 우선적으로 취해진다. 이러한 공동정책들간의 상충적 내지는 부조화는 유럽통합의 궁극적 목적을 달성하려는 시도에 일정한 한계를 갖고 있으며, 역외 국가들과의 통상관계에 있어서도 지속적인 갈등이나 마찰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었다.

최근 유럽연합의 공동정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를 뒷받침 할 수 있는 학문적 연구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럼에 불구하고 한국에서 유럽연합에 대한 연구는 현실적인 이해관계를 반영한 단편적인 개별정책 연구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유럽연합의 경쟁법규들을 살펴보면 역외시장이 아닌 역내시장에서의 경쟁유지와 촉진을 목적으로 하고 있어 유럽연합내의 통상에 영향을 미치는 기업 및 정부의 행위에만 초점을 맞추고 연구가 진행되었다. 특히 기업경쟁력 면에서 미국에 비해 열악한 상황에 있는 유럽연합의 경쟁정책에 관한 연구는 회원국의 경쟁법과 유럽연합의 경쟁법 간의 규정 비교, 제도운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본 연구는 유럽연합의 정책을 통한 규제행위는 회원국 정부와 하위정부 차원에서 추진된 정책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가정하에 공동정책의 동시 시행이 유럽연합으로 하여금 사회적 결속이라는 목표와 기업주도형 시장환경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는데 효과적이었는지를 분석하고자 한다. 이 논문은 머리말, 선행연구 및 분석의 틀, 유럽연합의 주요 공동정책에 관한 과제와 변화, 다층적 거버넌스의 한계와 지역정책, 그리고 맺는말 등으로 구성된다.

 

출처: Conflicts on the menu | Corporate Europe Observa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