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 논문 및 미발표 논문

바이든 시대, 미국의 통상정책

EU정책연구소 원장 Ph.D Lee JongSue 2021. 5. 30. 10:29

바이든의 미국 정부는 통상관계에서 동맹국에조차 미국의 이익과 힘을 앞세워왔던 트럼프 행정부 때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바이든은 오바마 행정부 당시 부통령으로서 TPP 추진에 일익을 담당했으며 대통령 출마 의사를 밝히기 전에도 다자간 무역 협상에 긍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바이든은 트럼프 행정부가 WTO의 무역분쟁조정 기능을 무력화했던 것과는 달리 WTO의 규범을 준수하겠다는 입장이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WTO와의 관계가 개선된다면 COVID-19의 전 세계적 확산에도 불구하고 통상의 예측 가능성이란 측면에서 무역이 활성화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의 WTO 복원이 중국의 체제 변화 유도가 목적이라면 중국의 저항으로 다자주의로의 회귀가 쉽지 않을 것이다. 미국이 WTO 상소기구 위원의 임명을 저지하며 분쟁해결기구(DSB)의 기능을 정지시킨 배경에는 중국의 국유기업을 둘러싼 WTO 상소기구(Appellate body) 해석문제와 중국의 수입 급증에 대응하여 미국이 부과한 반덤핑 및 상계관세 조치와 관련된 일련의 불합치 판정이 원인이었다. 또한 개도국 세분화 문제도 중국이 개도국 특혜대상이 되는 문제를 제기했던 것이다. WTO 체제 복원 노력과 함께 긴밀하게 연계된 새로운 디지털 규범을 도입하기 위한 다자협상도 데이터 주권을 둘러싼 미-중 간 갈등으로 인하여 합의가 쉽지 않을 것이다. 이에 바이든 행정부는 독자적인 견제노선보다는 EU와의 결속 강화에 기반을 둔 대중 포위망을 통하여 중국 견제의 효율성을 높이는 실용주의 외교 노선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무역기구(WTO)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행정부보다는 WTO 체제 개혁 및 복원에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WTO가 산업보조금, 국영기업이슈, 개도국 지위, 디지털 무역 등 변화된 통상환경에서의 이슈들을 제대로 다루지 못할지라도 다자협상이란 측면에서 WTO 복원에 관심을 두고 있다. 특히 WTO 분쟁해결 기능의 회복은 회원국들이 자국 기업 지원 등 불공정 행위에 WTO를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미국이 EU를 비롯한 한국, 일본 등 주요 동맹국들의 힘을 모으는 지렛대로 WTO를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GAPA(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등 주요 플랫폼을 가진 미국의 입장에서 디지털 무역 관련 규범을 만들고자 할 때 WTO를 중국에 대한 압박용으로 활용하려 한다면 중국과의 갈등의 소지가 농후하다.

 

바이든이 추구하는 다자주의는 결국 중국의 체제 변화를 유도하기 위한 목적일 가능성이 크다. 이를 위해 동맹국 및 유사한 입장(like-minded countries)을 가진 국가들과 연대를 구축하여 효과적으로 중국에 압력을 행사하려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 마비된 WTO 체제의 기능복원을 추진할지 여부는 미국이 원하는 방향으로 WTO 체제의 개혁이 이루어질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바이든 행정부의 최우선 과제는 미국 국내 경기 회복과 제조업의 경쟁력 회복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정책수단으로 바이든이 대통령 후보 시절 대선 공약으로 강조했던 것이 메이드 인 올 오브 아메리카(Made in all of America)’였다. 기존의 바이 아메리카(Buy America)’ 정책을 더욱 확대하여 미국 제조업의 생산 역량을 회복시키고 생산업종의 일자리를 창출하자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외국산 제품에 대한 비관세장벽이 생길 것은 자명하다.

WTO 정부조달협정(GPA) 회원국인 미국은 국제규범에 따라 정부조달시장을 대외에 개방해야 하고 외국산 조달제품에 대한 차별대우가 금지되는데 바이든 행정부의 ‘Made in America’ 정책이 실현된다면 이는 다자규범과 배치되는 정책 방향으로 평가될 수 있다.

 

2. 환태평양동반자협정(TPP)

 

협정국간 모든 상품에 대한 관세 및 비관세 장벽 철폐를 목적으로 아시아·태평양 국가들 사이에서 추진되고 있는 다자간 지역 자유무역협정인 TPP는 미국이 주도적으로 추진했었다. 주요 내용은 농수산물공산품 역내 관세 철폐, 전자상거래 등 역내 온라인 거래 활성화, 데이터 서버의 현지 설치 강요 금지, 외국인 투자규제 완화, 기업인 체류 기간 연장 등 이동의 자유화이다. 20191월 미국이 탈퇴하면서 협정의 명칭을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Comprehensive and Progressive Agreement for Trans-Pacific Partnership)으로 변경되었다.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 내 경제회복이라는 전제조건을 달았지만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새로운 다자간 협정을 준비할 것으로 보인다. 현실적으로 일본이 주도하고 있고 예외조항이 20개가 넘는 관계로 CPTPP복귀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만약 미국이 복귀한다면 현행 수준에 비해 강화된 노동 및 환경 기준 요구가 예상된다. 또한 디지털 통상과제가 포함될 가능성이 높으며 참가국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그림 1환태평양 경제동반자협정

*자료: 미국무역대표부(USTR), AFP

 

그림 2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자료: 연합뉴스

 

3. 리쇼어링

 

바이든 행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할 정책으로 공급사슬의 국내화 정책을 들 수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미 당선 전부터 리쇼어링, 니어쇼어링을 비롯해서 공급사슬 국내화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바 있다. 현재 바이든 행정부는 자국기업이 해외 생산기지를 통해 생산한 제품을 미국 내에서 판매할 경우 판매 수익에 대해 10%의 추가적 징벌과세(Offshoring Tax Penalty)를 하는 한편, 미국에 일자리를 창출하는 기업에는 10%의 세금공제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또한 반도체를 비롯한 의약품 필수 분야에 대해서는 공급사슬의 완전한 국내화를 추진 중이다.

 

공급사슬의 국내화 관련해서는 당을 막론하고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공급사슬의 국내화의 목적은 공급사슬 글로벌화 확대에 따라 해외에서 발생하는 통제하기 어려운 리스크에 대한 취약성을 감소시키자는 것이다. Covid 19의 확산으로 생산 사슬의 안정성 확보와 위기관리를 편의를 위해 해외로 이전했던 기능들의 국내복귀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의 공급사슬의 국내화는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입장에서는 반길만한 사항이 아니다. 완제품 공장의 이전에 관심을 갖던 트럼프 행정부와는 달리 바이든 행정부는 부품 및 소재까지 리쇼어링을 추진할 계획에 있다. 전기차 보급이 확대되면서 미국산 부품이 얼마나 들어갔는지에 따라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 등이 거론되고 있다.

 

미국의 공급사슬 국내화가 한국 경제에 위기만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실질적으로 공급사슬의 완전한 국내화는 경제적 효율성 등의 여건을 따질 때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사실 미국의 공급망 국내화는 미국 내 일자리 창출을 통한 경기회복과 그에 따른 정치적 이익이 목적이다. 대외적으로는 신뢰할 수 있는 공급망 구축이 목적이다. 공급망 구축에 참여하는 상대국에 대한 정치·경제적 신뢰, 상대국이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기술적·산업적 역량에 대한 신뢰, 상대국이 생산 사슬에 공급하는 제품의 품질에 대한 신뢰 등 복합적인 의미를 내포한다. 이러한 신뢰할 수 있는 공급망 구축을 통해 미국 내 생산 사슬이 받는 외부 리스크의 영향을 최소화하는 것이 바이든 행정부의 공급망 국내화의 목적이다.

 

이와 같은 점에서 미국의 공급망 국내화 추진은 우리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공급망의 유지 역량이나 공급하는 제품의 질과 관련해서 우리가 개발도상국보다 우위에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정치적으로도 미국과의 동맹 관계를 통한 신뢰를 유지하고 있다. 이에 공급망 국내화로 인해 발생할 기발도상국의 공백을 우리가 메울 수 있다면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공급망 국내화 조치는 우리에게 또 다른 기회가 될 수 있다.

 

4. 대중국 견제의 강화

 

바이든 행정부의 최우선 정책으로 환경정책과 함께 대중국 강경 대응이 예상된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전쟁으로 시작하여 5G 기술 등 첨단 기술을 둘러싼 패권 경쟁으로 발전해 온 미·중 무역갈등은 기존 중국 중심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을 가속화시켰다. 특히 반도체, 5G, 이동통신 서비스 등 첨단 기술 분야에서는 투자 규제를 통해 중국으로부터의 기술 디커플링(decoupling)’ 노력이 심화하여 왔다. 바이든 행정부도 중국에 대한 미국의 경제안보를 중시하고 미국의 기술 경쟁력이 중국으로 유출되어 중국의 경제발전에 기여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일반 제조업 분야를 제외한 첨단 기술 분야에서의 미·중간 탈동조화는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의 막대한 대미흑자를 방치한다면 미국 내 일자리 창출에 지장을 받는다. 바이든 시대의 대중 압박의 방식은 동맹국과의 연대를 통한 공동압박이 될 가능성이 크다. 바이든 정부에서는 특히 첨단기술 및 ICT 분야는 통상 문제가 아닌 안보의 문제로 접근할 것으로 보인다. 재닛 옐런(Janet Louise Yellen) 재무장관은 중국의 불공정 무역관행을 근절하기 위해 동맹국과 협력하고 대중국 강경책을 이어갈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불공정 무역관행에 대한 보복관세 등 제재 관련 언급 대신 미국 단독조치보다 민주진영의 협력을 강조한 점에서는 이전 정부와 다른 정책 추진이 예상된다.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의 투자, 보조금, 강제기술 이전 등 불공정 무역관행과 신장 위구르 및 홍콩 인권 문제에 대해 강력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미국, 영국, 캐나다 및 호주 등이 중국의 불공정 관행 및 인권침해에 강력히 대응에 나선 가운데 EU는 대중국 관계에서 중립적 입장이었다.

 

그림 3OECD 실질 GDP 장기 전망(2010~2025)

*자료 국제통화기금(IMF), 세계경제전망(WEO)

 

그림 42000년과 2030년 세계 GDP 비교

*자료: OECD Real GDP Long Term Fporecasts

 

우리로서는 첨단기술 및 ICT 분야에서 미국과 중국 시장을 동시에 확보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따라서 어느 한쪽과의 통상관계의 축소가 불가피해질 가능성이 높아 제3국으로의 판로를 개척하는 것이 시급하다. 한편 중국의 첨단기술 및 ICT 관련 기업의 미국 시장 진출과 기술접근이 강력하게 규제되고 있음으로 해당 분야의 미국 시장에서의 보전은 어느 정도 가능할 수도 있을 것이다.

 

5. 환경 및 노동자 보호

 

바이든 행정부 하에서는 노동자 보호와 환경보호가 새로운 통상정책의 기조를 이룰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와 가장 큰 대비를 보이는 부분이다. 트럼프는 지구 온난화와 화석연료 사용이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에 대해서 근거가 없다고 주장하면서 종래의 화석연료 위주의 경제·산업구조에 힘을 실었다. 그러나 파리기후협약에 재가입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환경정책만큼은 바이든 정부의 최우선 순위라 할 수 있다.

 

미국의 이와 같은 환경정책의 변화는 통상환경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우선 화석연료에 대한 규제는 석유화학 관련 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고 화학물질 사용이 불가피한 반도체 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철강과 관련해서는 석유화학 관련 산업의 위축에 따른 송유설비 수요 감소로 이중의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자동차 산업에서도 바이든은 2030년까지 모든 차량을 친환경 자동차로 교체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이 경우 자동차 산업은 친환경차 위주로 산업구조를 근본부터 변화시켜야 한다. 여기서 뒤처진다면 내연기관 자동차 위주의 시장에서 확보했던 경쟁력을 상실하게 될 것이다. 유럽산 자동차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바이든 행정부는 친환경 자동차에 상당한 투자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든이 통상관계에서 환경과 더불어 중시하는 것이 노동문제이다. 바이든의 민주당은 지지기반 중 하나인 노조를 의식해서 노동환경 개선에 목소리를 높여왔다. 특히 노동환경 개선에 대해 목소리를 높여왔다. 노동환경 개선 문제를 미국 국내뿐만 아니라 국제통상환경에까지 확장시켜왔다.

 

미국은 미-멕시코-캐나다협정(USMCA: United States-Mexico-Canada Agreement)에도 미국에 준하는 높은 수준의 노동환경 조건을 삽입하여 멕시코가 생산비를 절감하기 위해 비참한 노동환경을 방치하는 것을 막으려 했다. 바이든은 유세 과정에서 TPP 재가입 선결 조건으로 환경 및 노동자 보호 관련하여 USMCA와 비슷한 수준의 조항을 개정안에 담을 것을 제시한 바 있다. 만약 미국이 통상관계에서 노동환경 개선을 강력하게 요구한다면 여전히 노동집약적 방식이 대세인 섬유를 비롯한 경공업 산업의 생산비용 상승을 유발하여 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이처럼 바이든 행정부의 환경 및 노동문제에 개선을 향한 강한 의지는 보호무역을 합리화할 가능성이 있다. 만약 바이든 행정부하에서 생산 과정 및 품질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환경 및 노동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제품의 미국 수입을 규제한다면 이는 환경 및 노동문제가 또 다른 기술적 무역장벽(TBT: technical barriers to trade)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

또한 자국의 이익을 강조하면서 무분별하게 보호무역 조치를 취한 트럼프와는 달리 환경 및 노동문제를 구실로 삼을 경우 이를 기반으로 한 보호무역 조치에 대해서는 비판이 어렵다. 그러나 우리는 이미 지난 한-FTA 개정안에 상당히 높은 수준의 환경 및 노동 기준을 포함했기 때문에 한-FTA가 다루는 범위 안에서 환경 및 노동문제에 관련된 통상마찰은 충분히 해결이 가능할 것이다.

 

1트럼프, 바이든 통상 관련 대외 정책 비교

구분 트럼프 바이든
관세 관세부과 및 리쇼어링 강조 제한적 지지
232 일방적 관세 부과 부정적인 입장이나 기존 조치 지속 예상
301 일방적 관세 부과 부정적인 입장이나 기존 조치 지속 예상
대중국 정책 일방적 관세 부과 동맹국 협력을 통한 불공정한행위 대응
USMCA 지지 지지
CPTPP TPP 탈퇴 강립 및 재협상 예상
국제기구 국제기구 탈퇴 및 미국 우선주의 국제기구 재가입 및 동맹국 공동대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