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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EU FTA

EU정책연구소 원장 Ph.D Lee JongSue 2021. 2. 26. 15:44

한국과 유럽연합(EU)20075월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시작한 뒤 22개월 만에 사실상 타결에 이르게 됐다. 정식서명을 했다고 해서 협정이 곧바로 발효되는 것은 아니다. 유럽연합과의 자유무역협정 협상이 타결되면 우리나라는 글로벌 자유무역협정 허브국가가 되며 대한민국의 GDP20조 안팎으로 늘어나(713일자 A3) 동북아 중심축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다. 유럽연합의 경제규모는 세계 GDP30%(지난해 169000억 달러)에 달하고, 이미 우리나라와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한 미국(142000억 달러)이 최대 경제국이기 때문이다.

한편, 유럽연합은 다자간, 양자간 지역무역협상 추진과는 별도로, 대내적으로 도시들의 소비관행을 변화시키기 위해 역내 지역도시들 간의 새로운 관계설정을 요구하고 있다. 그 수단 중 하나가 유로시티(Eurocities)이다. 1986년에 만들어진 유로시티는 유럽내 주요 도시들이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사회경제적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유럽내 30개 국가에 걸쳐 120여개 주요 도시가 참여하는 일종의 정책네트워크이다. 중요한 것은 유로시티가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에 도시 관련 의견을 제시하는 수준을 넘어서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EU의 초국적 기관이 공공재, 서비스, 공공사업에 따른 물품 구입에 드는 비용은 EU 전체 GDP의 약 16%를 차지한다.

기존에 존재했던 도시 혹은 지방간 네트워크나 연합은 제한된 수준에서 정보교환 등 상징적인 협력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였다. 반면, 유로시티는 기존의 도시간 협력 수준을 넘어서 다양한 분야에 걸쳐 유럽의 대도시들이 겪는 문제에 대한 실질적 해결책을 강구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 유로시티는 산하에 6개의 관련 공무원과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상설 포럼을 두고 유럽차원의 공동정책을 개발하고 있다. 특별히 유로시티 포럼에서는 환경문제. 대중교통 그리고 이주자민 외국인들의 사회문화적 갈등 등 유럽이 대도시들이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현안 문제와 관련해서 초국적 차원의 대응과는 별도로 도시간 공동대응을 강구하고 있다.

도시간 공동대응의 수단 중 하나가 역내 도시들이 협력하여 책임 있는 환경적, 윤리적, 사회적 구매를 통한 혜택을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누리자는 취지의 유럽도시간 공동조달정책인 CARPE(CARPE: Cities as Responsible Purchasers in Europe) 프로젝트이다. CARPE 프로젝트는 국가-지역간 협력모델 구축의 시간적 제약과 하향적(top-down) 접근방식에서 벗어나 지역-지역간 경쟁력 강화 또는 지역발전과 혁신을 위한 제도적 장치라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산업부문별 협력 공공조달정책인 RESPIRO 프로젝트(Responsibility in Procurement Guides)는 사적 부분과 공적 부문의 협동적 구매를 통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의무화하는 프로젝트이다. 특히 RESPIRO 프로젝트는 사적부문 공급자에 대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함으로써 지속가능한 발전을 촉진하기 위한 산업분야별 공공조달정책이다. 말하자면 공적 조직과 사적 조직의 구매력을 이용하여 소비자로 하여금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제품, 노동, 그리고 서비스를 구매하도록 하는 것을 일컫는다. 구매자들은 일터에서의 건강과 안전성, 국제노동기준에 대한 준수, 노동의 질, 노동시장관련정책, 불법 및 아동 노동(착취)에 대한 투쟁, 그리고 원료 소재의 도덕적 구매 등과 같은 사회적 이슈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특히, RESPIRO 프로젝트는 유럽연합의 GDP의 상당부문을 차지하는 건설분야와 섬유분야에서 물품, 노동, 서비스 구매의 사회적 책임(환경적 고려를 포함한)을 강화시킴으로써 원자재를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에게 명확한 가이드를 제공한다.

이러한 책임감 있는 조달정책은 공공부문의 구매자를 대표하는 도시간 연계(city networks)의 협동과 공급자를 대표하는 사회적 부문의 행위자들을 통해 발전되어왔다. 함께 힘을 합침으로써, 그리고 책임감 있는 수요와 제안의 범위를 확장함으로써 도시들과 사회적 파트너들은 사회, 환경 친화적인 혁신을 촉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또한, 기업활동의 환경 및 사회적 영향력에 주의 집중할 필요를 느끼는 사적 부문에서의 인식 역시 증대하고 있는 바, 현재로서 책임감 있는 조달 정책이 더욱더 강조되고 있으며 공공조달결정에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로서 작동하고 있다. 그러나 지속가능하고 사회적으로 책임감 있는 제품과 소비의 논리 뒤에 놓여있는 광범위하고 복잡한 과정들에 대한 고려를 요청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유럽연합과 자유무역협정을 맺으면 글로벌 자유무역협정 경쟁에서 앞서갈 발판을 마련하는 것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러나 지금은 유럽연합과의 자유무역협정 타결이 가져올 장밋빛 환상에서 벗어나 비관세장벽에 대한 대비책 마련에 골몰할 때이다.

 

출처: EU Requests Korea-EU FTA Modernization - Business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