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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EU 조기발효에 따른 시급한 중소기업 경쟁력 확보방안

EU정책연구소 원장 Ph.D Lee JongSue 2021. 2. 26. 16:04

지난해 9월 서명한 한국과 유럽연합(EU) 간 자유무역협정(FTA)이 이르면 금년 말쯤 정식 발효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통상부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중국, 미국 등 여러 국가와 동시다발적으로 FTA를 추진함에 따라 유럽연합 측이 기존의 입장에 변화를 보여 G20 서울정상회의가 열리는 11월 이전 잠정 발효시키는 것에 합의했다는 것이다.

 

유럽연합은 의회의 승인을 받아 정식발효를 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때 27개 회원국 대표로 구성된 이사회가 미리 잠정발효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잠정발효와 정식발효는 효력은 같지만 유럽연합이 한-EU FTA를 잠정 발효시키기 위해서는 일단 한국의 비준 절차가 모두 마무리된 이후여야만 한다. 이에 정부는 816일 국무회의에서 한-EU FTA 안건을 통과시켰고 대통령 재가를 남겨 놓고 있다. 우리 측의 대통령 재가와 EU 측의 이사회 승인을 거치면 정식 서명을 하게 되고, 정식서명 후에는 양측 모두 국회 비준 절차를 통과한다는 가정 하에 한-EU FTA는 정식 발효되는 것이다.

-EU FTA가 발효되면 27개 회원국으로 이루어진 세계 최대 경제권 중 하나인 유럽연합간의 공식적 무역장벽이 사라지면서 수출입 증대가 이루어질 것이라는 점에서 국내 중소기업들도 큰 기대를 하고 있다. 시장개방의 범위는 기존 우리가 맺은 FTA 수준보다 높다고 할 수 있다. 유럽연합은 협정 발효 이후 3년 이내 99.4%의 관세를 철폐하여야 하며 한국은 95.8%의 관세를 철폐하여야 한다. 수출지향적인 산업구조를 가진 우리로선 자유무역 확대로 얻는 이득이 낙농제품, 돼지고기 등 농·축산물의 피해를 상쇄시킬 만큼 크다는 점이 한-EU FTA의 조기발효를 기대하는 이유다.

 

그러나 한-EU FTA의 조기발효의 효과만큼의 준비가 착실히 진행되고 있는가는 또 다른 문제이다. 특히 중소기업의 경쟁력 면에서는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상당히 많이 남아 있다. 첫째, 중소기업 내부적인 요인으로 중소기업 자체의 자금 부족으로 인한 설비, 인력, 기술에 대한 투자가 부진하여 생산성을 제고시키는데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한-EU FTA 이후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결과를 초해할 가능성이 높다. 둘째, 외부적인 요인으로 부품소재 등의 중간재에 대한 해외의존도가 높은 국내산업구조는 한-EU FTA 이후 오히려 중소기업 육성이 더욱 어려워 질 수 있으며, 유럽기업의 M&A로 인한 국내 투자 및 고용 유발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EU FTA 이후 중소기업은 보다 확장된 세계 시장에서 기존 맺은 FTA와는 다른 치열한 경쟁을 하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 국제 표준을 요구하는 개방경제체로의 편입 요구가 심해질 것이다. 이 경쟁에서 실패할 경우 시장원리에 의한 퇴출은 불가피 할 것이다. 따라서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중소기업은 자본시장, 요소시장, 상품시장에서의 자금 동원력, 기술, 인력, 정보 습득 시 대기업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거래비용이 발생한다. 이처럼 중소기업은 대기업과의 경쟁에 있어 구조적으로 취약하기 때문에 기회 및 경쟁 자체가 불리할 수밖에 없다. 또한 고급정보의 습득면에서도 인력의 부재로 인한 어려움이 여전히 존재한다. 따라서 이를 보전해 주는 국가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부는 국제화 관련 중소기업 프로그램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즉 제조업 중심의 중소기업뿐만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국제화 기업들의 시각이 반영되도록 노력을 기울여야만 할 것이다. 또한 글로벌 측정지표의 개발 및 운영이 반드시 필요하다. 국내 중소기업의 국제화 또는 글로벌화의 정도를 가늠하고 이를 유럽의 기업들과 비교할 수 있는 실질적이고 분석적인 자료를 제공해야만 한다. 지표의 개발은 산업별, 업종별로 구분하여 국내 중소기업의 국제화 정도를 측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와 함께 대기업과의 상생구조를 만들어가야 한다. 하나의 예로 LG화학은 유럽의 신화학물질 사전등록 의무화제도인 REACH2개의 화학물질을 등록함으로써 이를 원료로 사용하는 모든 중소기업이 제약 없이 수출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유럽연합의 화학물질 사전등록 의무화제도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모든 국가가 유럽연합으로 제품을 수출하고자 할 때에는 유럽연합 내 유통량 연간 1톤 이상과 자동차를 비롯한 전자제품 안에 포함된 모든 화학물질의 위해성 정보를 반드시 사전에 등록해야 하는 제도이다. 등록비용만 약 2.5조원이 들 것으로 예상된다. 본 등록은 2008년부터 2018년까지 단계적으로 반드시 마쳐야 한다. 기간 내 사전등록하지 않은 기업은 업종에 상관없이 유럽연합으로의 수출이 원천 봉쇄된다. 중소기업으로서는 수억 원의 비용이 소요되는 등록절차를 밟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국내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대신해 직접 등록함으로써 중소기업의 거래비용을 낮춰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중소기업 경쟁력 확보 방안이라는 문제는 결코 정부의 중소기업 관련부처 홀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이 문제는 정부를 비롯한 대기업 등 국가전체의 관심이 요구되는 사항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출처: 기사보기 : Zoom In (kosmes.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