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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EU 자유무역협정 발효에 대한 준비는 끝났는가

EU정책연구소 원장 Ph.D Lee JongSue 2021. 2. 26. 16:05

한국은 지난해 10월 유럽연합(EU)과 체결한 자유무역협정(FTA)을 연내에 마무리 지으려고 하나 여러 가지 이유로 실제 발효 시기는 예상보다 늦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 리스본조약으로 권한이 강화된 유럽의회와 27개 회원국 정부들, 집행위원회간에는 합의를 도출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는 발효 시점이 늦춰질 것을 예상하여 좀 더 세밀한 FTA 활용방안 및 비관세 장벽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시급한 것이 원산지 규정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홍보일 것이다. 특히 유럽연합은 중국과의 FTA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의 한국을 이용한 우회수출 가능성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따라서 국내기업들이 원산지 규정에 대한 완벽한 이해를 못한 상태에서 유럽연함으로 수출을 할 경우 벌금 폭탄을 맞을 수 있다. 둘째는 담합행위에 대한 주의이며 카르텔 벌금에 대한 지급불능 항변(inability to pay defense)을 활용하는 것이다. 이는 집행위원회 내부규정인 카르텔 벌금부과 가이드라인에 따라 담합행위로 판단되었을 경우 집행위원회가 부과하는 벌금을 기업이 처한 상황에 맞춰서 감해 줄 것을 요청할 수 있는 제도이다. 즉 집행위원회 재량에 따라 산업부문별로 벌금 경감에 융통성을 발휘하는 것이다. 이는 우리기업이 담합행위로 집행위원회로부터 범칙금을 부과 받을 경우 로비를 통해 지급불능 항변이 가능하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정부는 유럽연합의 경쟁정책을 이해하는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것이 시급하다.

 

세 번째는 도시간 협력에 대한 이해이다. 도시간 협력 사례 중 잘 알려진 것이 시장서약(Covenant of Mayors) 프로젝트와 1986년에 만들어진 유로시티(Eurocities)이다. 시장서약 프로젝트는 유럽에서 시작하여 중국, 남미까지 도시와 마을이 가입해 서로의 경험을 나눈다는 취지의 국제협력사업이고 유로시티는 유럽내 주요 도시들이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사회경제적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유럽내 30개 국가에 걸쳐 120여개 주요 도시가 참여하는 일종의 정책네트워크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와 같은 도시간 협력 프로젝트가 도시 시책 관련 의견을 제시하는 수준을 넘어서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유럽연합의 주요도시의 기관이 공공재, 서비스, 공공사업에 따른 물품 구입에 드는 비용은 EU 전체 GDP의 약 16%를 차지한다.

 

기존에 존재했던 도시 혹은 지방간 네트워크나 연합은 제한된 수준에서 정보교환 등 상징적인 협력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였다. 반면, 시장서약 프로젝트와 유로시티는 기존의 도시간 협력 수준을 넘어서 다양한 분야에 걸쳐 유럽의 대도시들이 겪는 문제에 대한 실질적 해결책을 강구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 유로시티는 산하에 6개의 관련 공무원과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상설 포럼을 두고 유럽차원의 공동정책을 개발하고 있다. 특별히 유로시티 포럼에서는 환경문제. 대중교통 그리고 이주자민 외국인들의 사회문화적 갈등 등 유럽이 대도시들이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현안 문제와 관련해서 초국적 차원의 대응과는 별도로 도시간 공동대응을 강구하고 있다.

 

이들 도시간 공동대응의 수단 중 대표적인 것에는 역내 도시들이 협력하여 책임 있는 환경적, 윤리적, 사회적 구매를 통한 혜택을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누리자는 취지의 유럽도시간 공동조달정책인 CARPE프로젝트와 텍스타일과 의류부문에서도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는 RESPIRO 프로젝트가 있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구내식당, 조경, 쓰레기 수거, 병원직원의 작업복, 경찰관과 소방서 유니폼과 안전복, 사내복을 제작함에 있어서 합리적인 가격에 더해서 전 생산과정에서 친사회환경적인 근로조건을 충족해야만 수출 및 조달시장에 참여가 가능하다. 의류생산은 전 세계에 걸친 유통망을 통해 점차 역외국으로 이전되고 있다.

 

유럽의 공공기관은 전체적으로나 부분적으로 저임금 노동이 투입된 의류구매에 대한 제한을 하고 있다. 이는 저임금 노동이 열악한 노동환경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유럽연합의 텍스타일과 의류구매량은 상당한 수준이고, 구매의 절반정도는 공공기관이 구매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여기에는 기능복(쓰레기 수거), 안전복(소방관), 유니폼(경찰) 등이 포함된다. 유럽연합의 공공기관은 다량구매자로서 사적기관과 함께 세계적 유통망에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는 조항과 공급자의 실천을 조성하는 환경을 만들어감으로써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는 추세이다. 지역기관은 환경구조 변경에 구매 예산의 40%를 투입한다. 이 중 건축자재 부문은 전체 유럽연합 총생산의 3~4%를 차지하며 직접적으로 최소 250만 명의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이들 분야는 유럽의 가장 큰 산업고용자 중 하나이고, 광범위한 사회적 책임을 갖고 있다. 건축에서의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다음 사항들을 포함한다.

 

이와 같이 도시간 협력의 수준이 높아지면서 수출기업들의 유럽연합 내 진입장벽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이는 2009년 기준 대 유럽연합 수출의 31%를 차지하는 국내 중소기업에게는 수출에 있어 상당한 제약으로 작용할 것이므로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