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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의 절박함, 터키의 유럽연합 가입논의 재개(뉴스토마토)

EU정책연구소 원장 Ph.D Lee JongSue 2021. 2. 27. 10:13

유럽연합(EU)은 난민지원대책의 일환으로 터키에 30억 유로(37천억 원) 지원을 결정했다. 후속조치로 유럽연합은 지난 14일 터키와 경제통화정책에 대한 공식 협상을 시작했다. 터키는 지난 1999년 유럽연합 가입신청을 하였고 유럽연합은 2004년 터키에게 정회원 후보자격을 부여하였다. 2005103일부터 유럽연합은 터키의 정회원국 가입을 놓고 공식협상을 시작한 이래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터키는 가입후보국 지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근 독일 메르켈 총리는 터키에 난민 협력조건으로 유럽연합 가입을 지원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이는 난민유입문제와 터키의 오랜 숙원인 유럽연합 가입의 꿈을 연결시킨 것이다. 터키의 자동차 번호판은 유럽연합 가입 후 12개의 별만 그려 넣으면 될 정도로 비슷하다.

 

사실 1990년대 유럽연합은 터키의 가입을 기정사실화하고 양측간에 긴밀한 협력이 이루어졌다. 유럽연합은 1993년 코펜하겐이사회에서 향후 유럽연합 가입을 희망하는 국가들이 취해야 할 개혁조치를 담은 코펜하겐 기준(Copenhagen Criteria)을 제시하였다. 이후 유럽연합은 사전가입전략(Pre-Accession Strategy)을 만들어 가입 희망국가에 대하여 여러 지원을 해왔다. 코펜하겐 기준에 따르면 유럽연합에 가입을 희망하는 국가는 정치적 차원에서 민주주의와 법치, 인권과 소수민족 보호, 경제적 차원에서 시장경제체제의 성숙과 경쟁력 그리고 유럽연합의 정치경제통합 목표를 위한 제반사항의 준수라는 3가지의 큰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그러나 제도적 충족조건을 넘어 정치적 이질감과 인근국가와의 적대감이라는 보이지 않는 장벽이 터키의 유럽연합 가입을 지체시키고 있었다.

 

터키는 유럽과 중동지역 사이에 완충지대라는 지리적 여건에 의해 냉전시대는 물론이고 현재에도 유럽연합에 있어 매우 긴밀한 정치외교적 파트너이다. 경제적 차원에서도 유럽연합은 터키를 배제할 수 없다. 터키는 꾸준한 경제성장을 이루었고 무엇보다 고령사회에 접어든 서유럽과는 달리 높은 출산율로 노동가능인구가 유럽연합 대부분의 회원국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다. 이와 같이 터키에는 유럽연합이 경제적 활력을 찾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우수한 노동인력이 풍부하고 시장은 지속적으로 확대일로에 있다.

 

그러나 터키가 유럽연합에 가입하기에는 현실적으로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첫 번째는 터키의 인권상황이다. 유럽연합과 터키가 관세동맹을 논의할 때도 당시 유럽의회는 터키의 인권상황, 특히 크루드족 탄압의 예를 들어 이를 반대하였다. 두 번째는 터키의 유럽연합 가입을 결사적으로 반대하고 있는 그리스를 어떻게 설득하느냐이다. 오랫동안 터키로부터 식민지배를 받은 그리스는 반터키 감정이 강하게 남아있다. 특히 그리스계와 터키계가 양분하고 있는 사이프러스문제를 두고 군사적 대치상황까지 치달을 정도로 적대적인 위치에 있다. 세 번째는 민주주의에 관한 문제이다. 아직도 터키 군부는 1962년에 창설된 국가안보이사회(MGK: National Security Council)을 통해 안보정책에서 정책조언자로서의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에 유럽연합은 군부의 정치개입을 들어 터키 민주주의의 후진성을 꾸준히 제기하여왔다. 넷째, 유럽의회 의석수와 투표권 배분문제이다. 유럽연합은 리스본조약으로 이중다수결제도를 채택하였다. 이중다수결제도란 유럽연합이 정책을 결정할 때 유럽연합 전체인구의 65% 이상, 28개 회원국 중 15개국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되는 제도로서 2017년에는 전면 실시된다. 독일의 인구가 8,100만명이고 프랑스가 6,600만명이다. 터키의 인구는 7,900만명으로 터키가 만약 유럽연합에 가입하게 된다면 중대한 정책결정에 있어 큰 변수로 작용할 것이 분명하다.

 

유럽연합이 오랫동안 터키의 가입을 미룬 것은 명분을 포함한 현실적 이해득실에 따른 것이었다. 유럽이 테러 위협에 직면에 있는 지금 북대서양조약기구에서 두 번째로 큰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고 세계에서 6번째 군사대국인 터키를 가입시키면 유럽연합의 독자적 군사력이 그만큼 커지는 것이다. 그러나 터키의 가입이 유럽연합의 정체성과 통합을 해칠 것이라는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터키의 유럽연합 가입협상 재개가 과연 해피엔딩으로 끝날지는 좀 더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출처: 유로저널-유럽뉴스 - 터키 EU 가입, 여전히 미지수 (ek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