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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EU, 환상(幻想)을 깨야 (조선일보)

EU정책연구소 원장 Ph.D Lee JongSue 2021. 2. 27. 10:16

한국과 유럽연합(EU) 간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2007년 5월 시작된 뒤, 2년 2개월 만에 사실상 타결됐다. 글로벌 자유무역협정 경쟁에서 앞서가는 발판을 마련하게 됐지만, 장밋빛 환상에 마냥 취해 있을 때는 아니다.

FTA가 발효된다고 EU 시장이 우리 앞에 자동문처럼 열리는 것은 아니다. EU 역내에서 중대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중 하나가 '유로시티(Eurocities)'다. 1986년 만들어진 유로시티는 유럽 내 주요 도시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사회경제적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유럽 30개국의 120여개 도시가 참여하는 일종의 정책 네트워크다. 산하에 6개 상설 포럼을 두고 유럽 차원의 공동정책을 개발한다. 환경문제, 대중교통, 외국 이민자들의 사회문화적 갈등 등이 현안이다. 이들 역내 도시들은 환경·윤리·사회적 잣대를 적용한 제품을 구매하는 공동조달정책 '카르페(CARPE: Cities as Responsible Purchasers in Europe)'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유럽에는 또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산업부문별 공공조달정책인 '레스피로(RESPIRO: Responsibility in Procurement Guides)' 프로젝트도 있다. 소비자로 하여금 사회적으로 긍정적 영향을 끼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가령 아동 노동력을 착취해서 만든 제품은 아닌지, 친환경적 제품인지 등을 조목조목 따져서 구매하는 것이다.

이런 복잡한 도시 간 네트워크나 조달 기준이 유럽 시장에 진출하려는 외국 기업에는 사실상 비관세 장벽처럼 작용할 수 있다. 따라서 한·EU FTA를 계기로 우리 기업들이 유럽 시장을 적극 개척하려면, 유럽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미세하게 연구하고 대비책을 마련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출처: 한-EU FTA 5년…양측 모두 결과 긍정적 평가 (e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