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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의 항구적 안보협력체제 구상과 한반도의 사사점

EU정책연구소 원장 Ph.D Lee JongSue 2021. 2. 27. 10:53

유럽연합(EU) 외교안보정책의 목표는 국제사회에서 회원국이 동의한 단일한 외교정책으로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유럽연합의 단일한 외교정책이 나토(NATO)와 경쟁할 것이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유럽연합과 나토의 안보방위 정책은 상호보완적이라고 할 수 있다. 테러사태와 같이 신속한 나토의 대응을 필요로 하는 위기의 경우는 예외지만 사하라사막이남 아프리카 국가나 중동의 일부 국가들은 정치·역사·문화적 이유로 나토보다는 유럽의 지원을 요청하는 성향이 강하다.

 

최근 유럽연합은 브렉시트 이후를 대비하고 미국 주도의 나토에 의한 군사의존에서 벗어나기 위해 작년 1214일 군대를 합동 파견하고 양성하며 재정을 지원하는 항구적 안보협력체제(PESCO)’를 출범시켰다. 항구적 안보협력체제는 기동력 향상을 위한 공동방안을 비롯해서 전투차량 개발까지 17개 프로젝트를 포함한다. 유럽연합의 나토 무임승차를 지속적으로 비판한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막상 유럽연합 25개국이 항구적 안보협력체제를 출범시키자 비판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비판적 태도의 이유는 나토동맹 약화 가능성이 아니라 자국 방위산업 약화에 대한 우려 때문일 것이다.

 

유럽연합의 독자방위체제에 대한 구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독자방위체제는 유럽통합과정에서 꾸준하게 논의되어져 왔다. 195010월 프랑스의 플레벤(R. Pleven) 수상이 유럽의 안보와 독일의 군사적 세력 확장을 우려해 독일군의 나토 편입과 유럽통합군 창설을 제안한 것이 시초였다. 그러나 석탄철강공동체(ECSC) 가입국들 중 다수가의 군대에 대해서는 일부의 편입만을 주장함에 따라 플레벤 계획은 진행되지 않았다. 그 대안으로 제시됐던 것이 유럽방위공동체이다. 한편, 영국은 유럽방위공동체 계획안이 지나치게 초국적주의를 지향한다고 생각하여 가장 강력하게 반대하였고 프랑스는 서독을 견제해야 할 영국이 참여하지 않는 유럽방위공동체의 탄생에 대해 우려하였다. 결국 19548월 프랑스 의회는 319264로 유럽방위공동체 조약안을 부결시킨바 있다.

 

이후 유럽 국가들은 유럽방위공동체의 붕괴로 위험에 놓인 유럽의 안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95410월 파리조약을 체결하였다. 이 협정을 통해 새로운 기구인 서유럽동맹이 창설되었다. 서유럽동맹은 유럽방위공동체 설립 계획이 무산되자 브뤼셀조약의 가맹국을 중심으로 결성된 방위 및 안보 협력체이다. 이 기구는 유럽방위공동체가 가진 초국가성이 존재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회원국의 주권을 그대로 인정하는 동맹체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서유럽동맹은 1949년 형성된 북대서양조약기구와 그 임무가 겹치면서 유명무실한 기구로 존재한 바 있다.

 

유럽연합의 독자방위체제 구상이 구체적으로 현실화된 계기가 된 것은 마스트리히트조약을 시발점으로 하여 신속대응군(RRF)을 창설하는 내용이 발표되면서부터이다. 그 후 영국과 프랑스가 주축이 되어 유럽안보방위정책을 주도하였고 유럽연합 국방장관 회담에서 신속대응군 창설 3개년 계획에 회원국들이 합의하였다. 미국과 유럽연합 회원국들은 신속대응군을 북대서양조약기구의 통제 하에 둔다는 것에는 원칙적으로 합의하였으나 신속대응군의 통제권이나 북대서양조약기구의 장비지원 등을 둘러싼 실무협상에서는 난항을 겪었다.

 

이는 근본적으로 유럽안보의 주도권을 북대서양조약기구 휘하에 두려는 미국과 공동외교안보정책을 근간으로 유럽의 독자방위체제를 구축하려는 유럽연합 회원국들간의 이견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러한 이견은 신속대응군에 대한 평가에서 가장 두드러졌다. 미국의 관점에서 신속대응군은 북대서양조약기구 통제 하에 있으므로 유럽연합의 평화유지활동이 주요 목적이다. 하지만 유럽연합 회원국의 관점에서 신속대응군은 유럽연합 통제 하에 있기 때문에 미진하지만 실질적 군사력을 갖춘 유럽의 독자적인 방위가 주요 목적이었다.

 

이처럼 유럽연합의 독자방위체제 구축 노력은 미국과의 상호의존과 갈등 속에서 오랜 세월 동안 꾸준하게 진척되어 온 것이다. 미국의 통상압박이 어느 해보다 심해지고 있고 미국에 대한 방위 의존도가 높은 우리도 언젠가는 독자방위 체제를 구축해야만 한다. 이에 우리는 유럽연합의 경험을 관심을 갖고 연구할 필요가 있다.

 

출처: EU ‘항구적 안보 협력체제’ 출범…‘유럽 군사공동체’ 첫발 : 유럽 : 국제 : 뉴스 : 한겨레 (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