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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EU 대북 공동투자 가능성에도 주목해야

EU정책연구소 원장 Ph.D Lee JongSue 2021. 2. 27. 10:52

탈냉전 이후 유럽연합은 대북협력정책을 유럽연합의 경제 및 정치통합과정의 심화와 확대과정에서 유럽연합의 내재적 가치를 실현하고 동질성을 확인하는데 좋은 기회로 활용하려 하였다. 그러나 최근 유럽연합-북한간의 관계는 냉전시대의 동유럽-북한 관계와 같이 정치적으로 긴밀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지는 않다. 특히 북한의 핵과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 개발과 인권문제 등으로 인해 양자간 관계를 발전시키는 데 한계를 보여 왔다. 따라서 유럽연합은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시아 국제정치에서 상대적으로 중요한 행위자로 간주되지 않았다.

 

한편, 유럽연합의 대북정책은 그간 미국의 대북한 강성권력 확산정책과는 달리 연성권력 확산의지를 갖고, 동시에 한국의 포용정책과 달리 보편적 원칙을 준수하면서 북한 사회의 개선을 요구하는 선택적 포용정책을 추구해 왔다. 말하자면 급격히 변화하는 국제환경에 따른 미국의 적극적인 국제질서 재편전략과 생존을 추구하는 북한의 대외전략을 관망하면서 대북협력과 고립이라는 상반된 가치를 적절히 혼용하는 양상을 보여주었다.

 

유럽연합과 한국의 대북한 접근방식의 차이점은 유럽연합의 경우 포용정책에 분명한 조건을 부여한다는 점이다. 북한에 대한 조건 부여는 반드시 핵문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인권개선, 핵비확산, 외부지원에 대한 주민들의 접근성 개선, NGO 활동여건 개선, 북한 경제의 개방과 구조적 개혁 등 북한 내부의 개선 정도에 상응하여 북한에 대한 전반적인 지원을 늘리겠다는 것이 유럽연합의 기본방침이다.

 

최근 유럽연합은 아시아 지역에서의 유럽연합의 경제적 비중 강화, 지역 안정, 빈국과 낙후된 지역들의 경제발전, 민주주의와 법치 및 인권신장 등의 목표를 위해 새로운 전략을 수립하였다. 이후 유럽연합은 아시아를 이전보다 훨씬 중시하고 경제협력관계를 한 차원 높게 강화할 뿐 아니라, 이 지역에서의 정치적 문제와 안보문제에까지도 관여하겠다는 의사를 공식적으로 표명하였다. 특히 아시아와의 정치대화 주제의 하나로 제시한 군비통제와 핵 비확산 문제와 관련하여, 북한과 미국의 핵협상 타결 및 경제협력의 가능성은 유럽연합에게는 북한은 물론 아시아와 유럽이 협력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이기도 하다.

 

교착 상태에 놓였던 북미협상이 곧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 1차 북미협상에서 북한의 비핵화시 체제를 보장하며 한국 수준의 번영을 약속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미국의 공적지원에는 의회 승인이라는 쉽지 않은 절차를 거쳐야만 한다. 따라서 미국은 반드시 여타 동맹국들의 협조를 필요로 할 것이며 특히 북한의 인권문제에 있어서는 유럽연합의 지원을 필요로 할 것이다.

 

이에 정부는 북한의 변화에 따른 대북 경제협력정책에 관해서도 유럽연합과 정책을 조율하고, -유럽연합 간 대북 공동투자가능성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북한에는 경제적 지원의 확대 및 정치적 부담을 덜어줄 수 있으며 한··중 공조를 보완할 유용한 도구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는 유럽연합과 북한 간 경제 관계 확대는 북한의 대외개방과 국제 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 활동하게 되는 공간의 확대로 이어진다는 점을 인식하고 유럽연합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