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 논문 및 미발표 논문

유로존 경제위기 이후 EU의 경제개편 전략

EU정책연구소 원장 Ph.D Lee JongSue 2021. 4. 19. 13:54

도시간 연합은 지리학적 분산, 이동능력, 서비스의 분산, 관리, 그리고 필요한 자원의 지역적 집중이라는 특징을 갖고 있다. 세계경제시스템 하에서 진행되고 있는 서비스의 분산과 관리는 도시들간의 네트워크를 강화시키며 도시지역이 확대되는 결과를 가져온다. 도시간 협력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최소한 국가가 법률적 지원과 같은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세계화의 지형은 분산과 집중이라는 역동성을 포함하고 있다. 또한 세계화는 상위수준에서의 관리라는 새로운 형태의 지역적 집중화가 요구된다. 여기에 대도시들의 기능이 연계되어 대도시들간의 연합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기업들의 급속한 성장은 지정학적 분산과 집중을 가져오게 만든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국내 시장과 세계 시장에서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통합된 조직과 더불어 분산된 거점도시를 필요로 한다. 도시들은 향상된 금융서비스를 무기로 세계경제 시스템에 따른 생산품의 관리를 담당한다. 선택된 도시들은 혁신적이고 국제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능력이 있는 곳들이다. 오늘날에는 국가 경제의 확장수단으로 국경을 넘나드는 인수합병이 해외직접투자(FDI)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해외직접투자에서 인수합병이 차지하는 비중이 미국 38.5%에 비해 유럽연합은 56.7%로 미국을 앞서고 있다. 도시들은 경제적, 기능적 관점에서 정보의 집중과 경제통합에 핵심적 역할을 해왔다. 집중화는 세계경제의 하나의 중요한 특징이다. 오늘날에는 더 이상 집중과 분산간의 단순한 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 경제행위의 세계화는 모든 산업의 조직화를 가능케 했다. 이는 부분적으로 새로운 통신수단과 기술의 발달에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유럽에는 30개 이상의 증권거래소가 있다. 이들은 다양한 형태로 정보를 교류하는 등 연합을 구성해 오고 있다. 유럽의 가장 큰 증권거래소인 유로넥스트(Euronext)’는 파리, 암스테르담, 브뤼셀 거래소들 간의 연합체이다. 넥스트는 세계에서 5번째로 큰 주식거래소로서 1,300개의 회사들의 주식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다. 넥스트는 합병을 하고 있는 가장 큰 증권거래소일 뿐만 아니라 에스토니아의 탈린(Tallinn) 주식거래소와의 합병을 한다든지, 헬싱키 주식거래소와의 연합을 구성한다던지, 스톡홀름 주식시장이 런던의 증권거래소를 인수하려는 시도를 하는 것과 같은 적대적 인수합병을 시도하는 등 브렉시트(Brexit) 사태와는 별개로 새로운 형태의 인수합병을 진행하고 있다. 이처럼 유럽의 주식시장의 발전은 세계금융시장을 좌우하는 30~40개의 도시들간의 연계를 통해서 강화되고 있다. 도시간 협력시스템은 탈규제에 대한 협력도시들 간의 동의를 얻는 등 제도적인 관리 하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시장의 부활이 가능해진다. 그 결과 도시간 협력시스템에 참여하는 도시들의 수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민영화와 탈규제는 국가주도 금융센터의 필요성을 약화시켰다. 세계적 금융상품들은 언제든 국내시장에 접근이 가능하며 국내 투자자들 또한 세계시장으로의 투자가 가능하다. 탈국경화 과정은 해외인수합병과 민영화라는 국가정책에 의해 강화되었다. 경제적 세계화와 새로운 통신기술은 국경을 넘어서는 도시들간의 새로운 공간을 창출하는데 기여했을 뿐만 아니라 지역의 위치에 따른 자원의 집중화를 가져왔다. 현재 많은 도시들간에 국경을 초월한 협력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는 완전히 새로운 현상은 아니다. 수백 년 동안 도시들은 이러한 과정을 경험해왔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경제의 집중화, 복합화, 디지털화 등이란 측면에서 과거와는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전후 몇십년 동안 주요 자본주의 국가들은 강한 중앙집권적 정부형태를 채택해왔다. 이들 자본주의 국가들은 팍스아메리카나(Pax Americana)’라는 체제 안에서 정치적 블록을 형성했다. 이 체제에 속하지 않는 국가들은 주변부 국가들간의 상호협력시스템 하에 머물렀다. 그러나 세계화로 인해 정부는 그들의 경제와 민간기업들의 투자확대를 위해 규제를 풀고 새로운 법률적 장치를 마련해 주어야만 했다. 많은 학자들의 예상과는 다르게 영토에 대한 중요성은 줄지 않았다. 세계화시대에 오히려 영토의 중요성은 증가했다. 이는 지역적 가치와 지정학적 특수성 때문이다. 그 결과 1970년대 이후에는 대도시들이 체제 안에서 공간적 기능을 시작하게 되는 새로운 현상이 나타나게 되었다.

최근에 발생한 유로존 경제위기 이후 유럽연합은 초국적 차원의 지원과 회원국 정부 차원의 보조금 지급과 같은 보호조치가 약화되었다. 그 결과 구산업지역 내의 대도시들은 독립적인 투자유치와 산업발전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게 되었다. 국제적 경쟁에 노출된 유럽의 주요 도시들은 유럽연합 차원의 지원과는 별도로 도시 스스로의 시스템 운영과 도시간 연합을 통한 경제발전 정책을 선택하게 되었다.

출처: 이유(EU)가 뭐길래 - 조선일보 (chosun.com)